야외 정원에 설치된 어맨다 파러의〈거대하게 부풀려진 토끼〉. 흰 천과 철사로 완성된 토끼 조형에 조명을 비춘 작품이다. /어맨다 파러 스튜디오

어맨다 파러(Amanda Parer)는 호주 시드니에서 활동하는 여성 조각가이자 설치 미술가다. 그는 대형 조명 예술 작품을 제작하고 공공 장소에 전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전 세계 300도시에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작품 테마로 토끼를 많이 다뤘는데, ‘거대하게 부풀려진 토끼’<사진>라는 작품은 샌프란시스코, 토론토 등 세계 곳곳에 설치됐다. 토끼가 인간 세상에 진입했다는 의미인데, 파러는 방 안의 코끼리의 일종이라고 했다.

우리에게 별주부전으로 익숙한 토끼는 잡아먹힐 순간에 “간을 밖에 놓고 왔다”는 기지를 발휘하여 살아남은, 위기에도 침착함을 잃지 않은 동물로 기억된다. 이솝 우화 속 토끼는 능력은 좋지만 성실하지 못해 거북이에게 진 존재로 묘사된다. 뭔가를 빠르게 할 때 토끼 같다고 하는데, 맹수와 대적할 무기가 없는 토끼로서는 잽싸게 도망가는 게 생존 수단이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의학적으로 토끼는 약물이나 치료법 동물실험에 많이 쓰인다. 체구가 쥐보다 크고, 혈액량도 많고, 혈관도 쉽게 찾을 수 있다. 다루기 쉽고 번식력이 좋아, 세대로 이어지는 효과 연구에도 좋다. 김범준 중앙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동물실험에 흔히 쓰는 생쥐는 면역 반응이 사람처럼 섬세하지 않아, 설치류 실험을 통과한 화장품이나 필러 등에서 사람에게 알레르기가 생기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며 “토끼는 인간과 알레르기 반응이 비슷해서 요새는 토끼 실험을 거쳐야 사용 승인을 받을 수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토끼에게 고지방 식사를 줘서 혈관에 콜레스테롤이 얼마나 많이 생기는지를 본 연구가 있었다. 그런데 한 토끼 그룹은 예상과 달리 콜레스테롤이 쌓이지 않았다. 왜 그랬는지 봤더니 연구원이 그 토끼 그룹을 다정하게 대하면서 고지방 식사를 줘서 그런 것 같다는 결과가 나왔다. 같은 조건으로 비교 실험을 여러 번 했더니 결과는 같았다. 이후 다정함이 심장 건강을 좋게 한다는 의미로 ‘토끼 효과’라고 부른다. 계묘년 새해, 다정함으로 건강 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