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버설 리미티드 아트 에디션

미국 여성 화가 키키 스미스(Kiki Smith·69)는 여성성과 신체를 다룬 구상 미술로 세계적 주목을 받아온 작가다. 조각, 설치, 판화, 드로잉, 사진, 영상 등 다양한 매체를 넘나든다. 1980년대 인체 내 장기를 묘사한 작품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가정 폭력, 임신중절, 에이즈 등 신체를 둘러싼 사회적 이슈를 다뤘다. 그의 작품에는 삶과 죽음, 실제와 이상, 물질과 비물질, 남성과 여성의 중간이 담겨 있다는 평이다.

작품 <자유 낙하>는 사진 원형을 종이에 잉크로 인쇄하는 이른바 포토 그라비어로 제작됐다. 낙하하는 인물은 작가 스미스다. 배경의 오래된 느낌은 판화 동판을 사포로 문질러 구현했다. 스미스는 평소에 이 작품을 책 형태로 보관하고, 관람자가 작품을 차례로 펼쳐나가면서 작품과 직접 신체적 행동 관계 맺기를 의도했다고 한다. <자유 낙하>를 포함, 스미스의 작품 140여 점은 오는 3월 12일까지 서울시립미술관 서소문 본관에서 전시된다.

작품 속 낙하 여인의 목은 앞으로 숙여져 있고, 턱은 당겨져 있다. 엉덩이가 바닥에 먼저 닿는 모습이다. 이는 낙상 사고 시 부상을 최소화하는 자세다. 어떤 경우든 넘어질 때, 치명적인 뇌 손상을 막는 게 가장 중요하다. 이를 위해 턱을 당겨서 두개골이 바닥에 직접 부딪히지 않도록 해야 한다. 낙하 충격을 푹신한 엉덩이로 완충해야 한다. 양팔은 가슴으로 모으는 게 좋다. 손을 뒤로 짚으면 손목 골절이 생긴다. 앞으로 넘어질 때도 마찬가지다. 순간적으로 양손 손바닥과 팔꿈치 앞쪽 전완부가 바닥에 먼저 닿게 하면서 납작 엎드린 자세를 잡아서 뇌를 보호해야 한다.

근육량과 균형감이 떨어진 노인은 넘어지기 쉽고, 낙상은 골절로 이어질 수 있다. 이 때문에 미국 일본 등에서는 고령자에게 안전하게 넘어지는 법을 가르치고 연습시킨다. 나이 들어 넘어지면 삶도 넘어간다. 낙하는 자유지만, 안전하게 떨어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