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이철원

임신중독증으로 불리는 자간전증(pre-eclampsia)을 겪은 여성이라면 출산 후 10년 안에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6일(현지시각) 외신에 따르면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 국립 혈청 연구소 연구팀은, 1978년부터 2017년까지 임신한 여성 115만7666명을 최장 39년간 조사한 자료를 분석해 이같은 사실을 밝혀냈다. 대상 전원은 임신 전까지 심뇌혈관 질환 병력이 없는 여성들이었다.

연구팀은 여성들을 임신 중 자간전증을 겪은 그룹(A)과 겪지 않은 그룹(B)으로 나눠 비교했다. 그 결과 A그룹은 출산 후 10년 안에 심근경색을 앓을 확률이 B그룹보다 4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뇌졸중 발생 위험은 3배 높았다. 또 두 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은 ‘출산 후 7년 안’이 가장 컸고, 20년 이상 지속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연령별로 보면 A그룹 30~39세의 심근경색 발생 위험이 B그룹보다 5배, 뇌졸중 발생 위험은 3배 높았다. 50세가 넘어서도 심뇌혈관 전환 위험이 2배 높았다. 연구팀은 35세 이후 자간전증을 겪은 여성이라면 출산 후 10년 안에 예방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간전증이란 임신 20주 이후인 말기에 자주 나타나는 증상으로 흔히 임신중독증이라고도 불린다. 갑자기 혈압이 오르고 경련과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소변에 지나치게 많은 단백질이 섞여 나오는 ‘단백뇨’ 증상이 나타나며 손·다리·얼굴 등이 부어오른다.

비만·당뇨병·가족력 등이 위험 요인으로 알려져 있지만 생물학적 근본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임신 중 수면 장애가 자간전증의 발병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문제는 중증으로 진행되기 전까지 별다른 자각 증상이 없다는 것인데, 이를 대비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산전 검사를 받아야 한다.

지금까지 자간전증 경험자가 나이 들수록 심뇌혈관 질환 위험이 높아진다는 것은 알려진 바 있으나, 그 기간과 연령대에 따른 정도가 파악된 것은 이번 연구가 처음이다. 이 연구 결과는 유럽 심장 학회 학술지 ‘유럽 예방 심장병학 저널’ 최신호에 발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