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4살 난 남자아이가 발음이 어눌하여 3개월간 민간에서 운영하는 발달 심리센터에서 언어 치료를 받았다. 발음을 좋게 하는 훈련이다. 그러다 어느 날 감기로 소아과 진료를 받다가 아이에게서 설소대 단축증이 발견됐다. 혀 밑에서 혀와 구강 바닥을 연결하는 설소대가 짧아 혀 움직임에 제한이 생겼다. 혀가 윗입술이나 상부 구개에 닿지 않아, ㄹ, ㅅ, ㅈ 등을 발음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아이는 설소대를 늘리는 수술을 받았고, 발음이 현저히 좋아졌다.
◇발달장애부터 의심
요즘 인기 드라마의 발달장애 변호사 주인공인 ‘우영우 신드롬’이 생기고 ‘행동 문제 아이’ TV 프로그램이 인기를 끌면서 2~6세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발달장애에 너무나 예민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신체 질환에 의한 이상 행동임에도 이를 확인하지 않고, 먼저 소아청소년 정신과나 발달장애 센터 등을 찾았다가 뒤늦게 소아과로 오는 경우가 잦아졌다고 소아청소년과 의사들은 말한다.
아이가 알레르기성 비염을 앓을 경우 콧물이 코 뒤로 흐르면서 툭하면 코를 킁킁댈 수 있다. 비염 치료가 온전히 이뤄지지 않으면 남아 있는 자극으로 킁킁대기도 한다. 이런 경우 틱 장애로 오인하여 약물 치료를 받는 경우가 나온다. 틱 장애는 아이들이 특별한 이유 없이 자신도 모르게 몸을 움직이거나 소리내는 것을 말한다. 눈을 계속 깜박거리거나, 눈 주변을 자꾸 손으로 비비는 행동도 틱 장애로 인식되는데, 만성 알레르기성 결막염일 때 그런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엄마의 자가면역질환을 아이가 물려받거나 소아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 발생한 경우, 아이가 너무 자주 보채거나, 불안해 하고, 안절부절못하는 행동을 보일 수 있다. 이때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 장애로 오인, 치료를 받기도 한다.
◇영유아 검진 활용해야
우리아이들병원 튼튼센터 조기혜(소아청소년과 전문의) 센터장은 “초등학생들도 변비가 심하면 변을 지리거나 화장실에 안 가려는 행동을 보일 수 있는데, 이를 정신과적 문제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며 “그런 경우 변비 치료를 하면 증세가 호전된다”고 말했다. “요즘 소아청소년 정신과 진료에 대기가 워낙 많다보니 지레 예약을 포기하고 민간 발달센터에 갔다가 신체 질환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를 본다”며 “발달장애 상당수가 신체 질환과 연관되어 있으니 소아과 진료를 먼저 받아서 해당 분야별로 치료 가이드를 받는 게 좋다”고 조 센터장은 덧붙였다.
그런 면에서 생후 14일부터 71개월(만6세)까지 8회에 걸쳐 이뤄지는 영유아 건강검진<그래픽 참조>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 국민건강보험 지원으로 거의 무상으로 이뤄지며, 전국 소아과 2000곳 정도에서 시행된다. 현재 해당 시기에 영유아 검진을 한 번이라도 받은 비율은 80% 정도이나, 주어진 시기를 건너뛰거나, 아이가 커갈수록 검진에 시들해진다. 2021년에는 생후 14~35일 영유아 대상 1차 검진 수검률은 절반(48%)에 머물렀다.
은백린 고려대구로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영유아 검진만 제대로 받아도 만3세 이전에 자폐 스펙트럼 장애 진단이 가능하고, 조기 치료로 자폐에서 벗아나는 경우가 20%”라며 “검진에 투입되는 시간과 난도를 감안, 검진 수가를 정상화 시켜서, 영유아 검진이 활성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36개월 미만 영유아 대상으로 소아청소년과 전문의가 15분간 발달과 성장을 상담해주는 심층진료 프로그램도 아이들 성장 문제와 발달 장애 조기 진단에 큰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