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탕 대체용으로 제로 칼로리 음료에 쓰이는 감미료 에리트리톨(erythritol)이 심장마비와 뇌졸중 위험을 2배 높일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7일(현지시각) CNN 보도에 따르면 미국 클리블랜드 클리닉 연구팀은 이같은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Nature Medicine)에 이날 발표했다. 에리트리톨은 과일·채소에서 발견되는 자연 탄수화물인 당 알코올(sugar alcohol)의 일종으로, 설탕의 70%에 달하는 단맛을 지녔지만 열량은 0㎉(칼로리)다.
연구팀은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혈액 내 위험 효소를 찾기 위해, 2004년부터 2011년까지 수집된 미국인 1157명의 혈액을 분석했다. 이들은 심장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그룹이다. 이 과정에서 심장 질환에 큰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되는 물질을 발견했고 이후 분석에서 에리트리톨이라는 것을 밝혀냈다.
이어 결과 검증을 위해 미국인 2100여명과 유럽에서 수집된 833명의 혈액을 추가 분석했다. 그리고 모든 집단에서 높은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심장마비, 뇌졸중, 3년 내 사망 위험과 관련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또 계속된 동물실험에서는 에리트리톨이 혈전증을 증가시키거나 혈액 응고를 유발한다는 점도 발견했다. 연구팀 설명에 따르면 에리트리톨로 인해 혈소판이 응고해 혈전이 쉽게 만들어진다. 이 혈전이 떨어져 나와 혈관을 타고 심장으로 옮겨가면 심장마비를, 뇌로 흘러가면 뇌졸중을 일으킬 수 있다.
결론적으로 혈중 에리트리톨 수치가 상위 25%인 사람은 심장마비·뇌졸중 위험이 하위 25%인 사람보다 2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 스탠리 헤이즌 박사는 “혈액 응고나 심장질환 위험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추가 연구 결과가 나올 때까지 에리트리톨을 멀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번 연구에 대한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도 있다. 호주 RMIT대학 올리버 존스 교수는 “에리트리톨과 혈액 응고 사이의 연관성이 발견된 건 맞지만, 이것이 곧 그런 인과관계가 분명히 존재한다는 결정적인 증거는 아니다”라고 했다.
저열량 감미료 업계 단체 칼로리 통제 협회(CCC)의 로버트 랭킨 상임이사도 “에리트리톨 같은 저열량 감미료가 안전하다는 수십 년간의 연구와 상반된다”며 “연구 참가자들이 이미 심혈관질환 위험 요소를 가진 사람들이었기 때문에, 이 결과를 일반인에게 확대 적용해서는 안 된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