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뇨병 전(前)단계에 있는 사람이 탄수화물 섭취를 제한하는 저(低)탄수화물 식이를 하면 당뇨병으로 넘어가는 것을 막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주목받고 있다. 최근 미국 하버드의대는 건강 관련 주요 연구 소식을 전하는 ‘하버드 헬스 퍼블리싱’에서 이 연구 결과를 다루며 체중 감소 효과도 얻을 수 있다고 자세히 소개했다.
당뇨병 전단계란 혈당치가 정상범위보다 높지만 당뇨병 진단 기준보다 낮은 단계로, 공복 혈당이 100~125(mg/dl)인 상태다. 126을 넘으면 당뇨병이다. 최근 3개월 이내 혈당 관리 성적을 반영하는 당화혈색소 수치가 6.5% 이상이어도 당뇨병이다. 5.6~6.4%는 전단계로 분류한다. 이 상태에서 살빼기나 운동 등 혈당 관리 활동을 하지 않으면, 5년 이내에 20~30%가 당뇨병으로 넘어간다.
미국 툴란대 연구팀은 당뇨병 전단계 사람과 아직 치료를 시작하지 않은 경증의 2형 당뇨병 환자를 대상으로 저탄수화물 식단이 어떠한 효과를 보이는지 연구했다. 연구팀은 40~70세 150명 연구 대상을 무작위로 탄수화물 섭취 제한 그룹과 일반식을 하는 대조군으로 나눴다. 이들의 당화혈색소는 6.0~6.9%로 그다지 높지 않았다. 연구 시작 시점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은 200g 안팎이었다.
저탄수화물 식단 그룹은 연구 기간 6개월이 끝났을 무렵, 하루 탄수화물 섭취량이 평균 96g으로, 애초의 절반으로 줄었다. 대조군은 그대로였다. 저탄수화물 그룹의 섭취 칼로리 절반은 지방질이 차지했는데, 주로 올리브 오일이나 견과류 등에 있는 불포화지방산이었다.
연구 결과, 저탄수화물 그룹은 일반 식단 대조군에 비해 당화혈색소 수치가 0.23% 더 낮았다. 공복 혈당도 10.3 더 떨어지고, 체중도 5.9㎏ 더 줄었다. 이들은 종합적으로 향후 3년 이내에 당뇨병 발병 위험이 60% 낮아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저탄수화물 식이가 당뇨병 발생 자체를 줄이는 예방 효과가 있다고 입증된 것이다. 이 연구 결과는 지난해 말 미국 의사협회지(JAMA) 네트워크판 당뇨병과 내분비학에 발표됐다.
과다한 탄수화물 섭취는 혈당을 조절하는 인슐린을 지치게 해 당뇨병을 악화시키는 요인으로 꼽혔다. 저탄수화물 식단으로는 연어, 아보카도, 가금류 살코기, 올리브 오일, 계란, 요구르트, 견과류, 다양한 녹색 채소 등이 꼽힌다.
국내에 당뇨병 전단계에 놓인 사람은 1500만명에 이른다(대한당뇨병학회 2022 팩트 시트). 김대중 아주대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자신이 당뇨병 전단계라는 것을 모르고 지내는 사람이 많다”며 “정기적으로 혈당 검사를 해서 당뇨병 발생 위험을 미리 감지 하고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