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수명이 80세 넘는 나라가 한국(83.6세)을 포함, 30여 국에 이르고, 각 나라마다 100세 넘게 사는 초장수인이 늘면서 백세인 특징을 분석하는 연구들이 잇따르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00세 이상 장수인이 9만526명까지 늘었다. 한국은 주민등록 상 2만명이 넘지만 실제로는 8000명 정도로 추산된다. 매년 늘어나는 속도도 빨라져 작년 한 해에만 약 2000명이 100세가 됐다.
◇100세까지 가는 전제
덴마크 노화연구소는 100세 이상 사는 사람이 어떤 행로로 100세까지 갔는 지 조사했다. 1905년에 태어난 덴마크인 4만명을 1977년(72세)부터 2006년(101세)까지 29년간 추적했다. 연구 결과, 100세인은 수명이 그보다 짧은 동시대 사람들보다 인생을 살면서 병원에 훨씬 적게 입원했다. 100세인의 81%는 노화가 본격적으로 시작한 71~74세에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었다. 95~99세 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없는100세 여성은 45%, 남성은 30%였다. 입원했더라도 병원에 머문 기간이 짧았다. 성공적인 장수의 전제 조건은 중대 질병 회피라는 의미다.
미국 하버드의대 연구 등 100세인과 치매 관계를 분석한 연구들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90세가 넘으면 치매 걸릴 확률이 40% 되는데, 백세인은 훨씬 낮았다. 그들의 90%는 적어도 92세까지 인지 기능 장애가 없었다. 백세가 되어도 25%는 인지 기능이 온전했다. 이들의 면역세포는 뇌신경망 손상에 대한 회복 탄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됐다. 노화로 인한 손상을 피할 수 없으나 복원 능력이 좋았다는 의미다.
◇장수의 75%는 생활 방식 덕
장수하는 사람의 형제자매나 자녀는 장수할 확률이 높게 나온다. 100세 이상 사는 부모를 둔 자식들은 70세가 됐을 때, 유전자 덕으로 노화 관련 질병에 적게 걸리거나 늦게 걸렸다. 또한 100세인 사이에 학력, 수입 또는 직업 등 사회경제적 공통점은 없었다.
하지만, 그들의 생활 방식에는 다수의 공통점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비흡연자이고, 비만이 아니며, 낙천적인 성향으로 스트레스에 잘 대처했다. 이런 생활 덕에 고혈압, 심장병, 암, 당뇨병 등에 같은 나이 사람보다 적게 걸렸다. 김광준 세브란스병원 노년내과 교수는 “좋은 유전자를 가진 사람이 100세 장수에 유리하지만, 좋은 생활 습관 환경 속에서 살아야 그 유전자가 제대로 작동한다”며 “백세인 중에는 평균수명의 사람처럼 질병 위험 유전자 변이를 가진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장수와 관련된 유전자가 수명에 25% 정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파악된다. 75%는 생활 방식에 의해 장수가 결정된다는 의미다. 초장수인 생활을 분석한 일본, 이탈리아 등의 연구들을 종합하면, 그들은 사람들과 잘 어울렸고, 친구가 많았다. 대개 믿는 종교가 있었고, 목적 의식이 뚜렷했고, 자원 봉사 활동도 많았다. 신체 활동량이 많았고, 몸이 유연했다. 아침을 포함해 세끼 식사를 했다. 콩, 견과류, 야채를 많이 먹었고, 음주 빈도는 높지 않았다.
장수의학자 박상철 전남대 석좌교수는 “노인의 활동성을 늘리는 기계, 소식 효과를 내는 약물, 퇴행 세포를 대체하는 줄기세포 등 바이오 의료 기술로 수명을 늘리는 장수 2.0 시대로 가고 있다”며 “이제는 물리적 수명 연장을 넘어 정신적으로 얼마나 행복하게 늙느냐가 더 중요해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