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서울 용산구의 한 병원에서 의료진이 코로나 백신 접종을 준비하고 있다./뉴스1

같은 백신을 맞아도 하루에 6시간 미만 수면을 취할 경우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감소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13일(현지 시각)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프랑스 국립보건의학연구소(Inserm) 소속 연구진은 건강한 18~60세 성인 304명에 대한 독감 및 A형·B형 간염 백신 접종을 살핀 7개 연구를 메타 분석했다. 이후 결과 논문을 이날 생물학 저널 ‘커런트 바이올로지’(Current Biology)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이들을 하루 수면 시간 6시간 미만인 그룹과 성인 권장 수면 시간인 7∼9시간 숙면하는 그룹으로 나눠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같은 백신을 맞았음에도 하루에 6시간 미만 자는 경우 백신에 대한 면역 반응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코로나 백신을 맞고 나서 약 2달이 지나면 항체가 감소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또 여성보다는 남성이, 60세 이상 고령층보다는 18∼60세 사이 연령대가 수면 시간과 관련한 면역 반응 차이가 크게 나타나는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특히 여성의 경우 성호르몬 수치 변동으로 인해 남성과 비교했을 때 수면 시간에 따른 면역 반응 수준이 더 가변적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 저자인 카리네 슈피겔 박사는 “우리는 면역학 연구를 통해 성호르몬이 면역 체계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알고 있다”면서 “여성의 면역력은 생리 주기, 피임약 복용, 폐경 여부 등에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또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를 활용해 백신 접종 전 충분히 잠을 자는 방식으로 백신 접종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연구 주 저자이자 미국 시카고 대학교 명예 교수인 이브 반 카터는 “면역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 다른 요인인 각종 질환, 비만 여부, 성별 등은 개인이 바꿀 수 없지만, 수면 시간은 통제가 가능하다”며 이를 조절하면 백신 효과를 높일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좋은 수면은 백신의 면역 효과를 증폭시킬 뿐 아니라 백신의 보호 기간을 연장시켜준다”고 덧붙였다.

다만 연구진은 백신 접종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정확히 어느 정도의 수면 시간이 적절한지, 성호르몬이 면역 반응에 구체적으로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연구는 추가로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