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국의 국영방송 BBC가 실시한 ‘가장 위대한 영국인’ 설문조사에서 1위로 뽑혔던 윈스턴 처칠 전 총리는 ‘전쟁 영웅’이다. 독일의 히틀러와 싸워 2차 세계대전을 연합군의 승리로 이끈 주인공이다. 그런 처칠이 평소에는 ‘취미 예찬론자’였다.
“무릇 진정으로 행복하고 안정된 삶을 누리려면 적어도 두세 가지의 취미는 갖고 있어야 하며, 그것도 가식이 아닌 아주 진솔한 것으로 지니고 있는 것이 바람직하다.”
처칠의 제1의 취미는 그림 그리기였다. 40대에 시작한 그림 그리기는 60대 후반 총리로 임명돼 5년간 2차 세계대전 내내 이어졌고, 85세 고령으로 정계에서 은퇴할 때까지도 계속 됐다.
처칠은 평생 독한 시가를 입에 물고 다닌 애연가에다, 매일 샴페인・위스키에 취해 산 ‘위대한 술꾼’이었다. 그러면서도 아흔까지 장수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주변에서는 ‘그림 그리기’를 제일 먼저 꼽았다. 그림을 그리면서 얻는 마음의 평온과 순수함, 행복감 때문이라고 한다.
처칠은 《취미로서의 그림 그리기(Painting as a Pastime)》등 에세이 책을 통해 일찍이 그림 그리기가 단순한 즐거움 이상으로 뇌에도 매우 유익하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우리는 그림 그리기를 통해서 관찰력만 키우는 것이 아니고 기억을 오래 유지하는 능력과, 풍경이 바뀌고 햇빛이 스러진 지 몇 시간, 며칠, 심지어는 몇 달이 지난 다음 다시 화폭에 재현해내는 능력을 함께 배양하는 것이다.”
처칠의 이 말은 최근 전 세계가 ‘고령화 사회’로 변화해가면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뇌 과학자나 의사들은 그림 그리기나 명상처럼 고도의 집중을 통해 심신을 활용하는 활동이 노화 방지, 특히 뇌기능 활성화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연구 결과를 잇달아 발표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연치 않게도 처칠의 인생에서 괄목할 만한 성취는 대부분 그림을 배운 40대 이후 인생 후반기에 이뤄졌다.
# 사실 그가 중년에 그림 그리기를 배운 이유는 단순한 여가활동이 아니라 평생 그를 괴롭혀온 우울증과 자살충동에서 벗어나기 위해서였다.
처칠은 영국 명문 집안에서 태어난 ‘금수저’였지만 어려서부터 온갖 질병을 꿰고 살았고 부모님으로부터 냉대를 받고 자랐으며, 학교에 다니면서는 말더듬이, 성격장애, 낙제의 연속으로 힘겨운 삶을 살았다.
운좋게 20대에 정계에 진출 ‘초년 출세’의 길을 걸었지만 자신의 소신에 워낙 충실하고 타협하지 못하는 성격으로 인해 30대 때 정계에서 퇴출당하고 말았다.
거의 폐인으로 자살 일보직전까지 갔던 처칠은 우연히 동네 아이들의 그림 그리는 모습을 보고 따라하기 시작했으며, 결국 그림그리기를 통해 자신의 우울증을 극복하고 위대한 인간으로서 능력을 보여주었다. 그는 훗날 이렇게 회고했다.
“나는 평생을 검정개(Black Dog, 우울증)와 같이 살았다. 그러나 내가 하늘나라에 간다면 처음 맞는 100만년 동안은 그림을 그리면서 살겠다”
# 이처럼 취미는 한 인간의 인생을 바꾸기도 하고 인류사에 뛰어난 업적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이런 거인의 삶이 아닌, 우리 같은 범인의 삶에서도 취미는 커다란 역할을 한다. 기쁨과 행복, 힐링을 가져다준다.
특히 나이가 들면서 생기는 신체적・정신적 능력의 저하, 근심과 걱정의 증가, 단조로운 생활의 연속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몰입하고 즐길 수 있는 취미 생활이 반드시 필요하다.
‘장수대국’ 일본은 인구 4~5명 중 1명이 고령자다. 일본인들이 은퇴 후 하고 싶은 취미 생활에 대해 <아사히신문>이 10여년전 조사한 결과 남성들의 경우 1위가 텃밭 가꾸기, 2위 요리, 3위 악기 연주, 4위 외국어, 5위 등산, 6위 사진, 7위 소바(메밀국수) 만들기, 8위 그림 그리기, 9위 바둑, 10위 분재 순이었다.
여성의 경우에는 1위가 외국어, 2위 요가, 3위 붓글씨, 4위 텃밭 가꾸기, 5위 꽃꽂이, 6위 악기 연주, 7위 그림 그리기, 8위 피아노, 9위 요리, 10위 도자기 공예 순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다양한 취미 중 한 가지를 골라 이번 주말부터라도 시작해보면 어떨까? 처칠이 그랬듯, 분명 새로운 삶이 펼쳐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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