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역은 군대와 같습니다. 외부의 적과 전쟁할 때는 군사력이 강할수록 좋지만, 만약 군대가 자국민에게 총칼을 겨눌 때는 그렇지 않겠지요. 면역 작용은 자기 세포와 침입자를 구별하는 것부터 시작합니다. 면역 오류로 자기 세포를 침입자로 오인하면 류머티스 관절염 같은 자가면역질환이 발생합니다. 이때는 면역이 강할수록 피해가 심해지므로 처방전에 면역 억제제가 들어갑니다.
각종 알레르기 유발 물질에 과잉 반응하는 아토피는 선진국형 질환입니다. 후진국에는 아토피가 드뭅니다. 그래서 아토피를 위생 가설로 해석하곤 합니다. 기생충이나 여러 감염이 있을 때는 면역 체계가 그것에 집중하느라, 알레르기 반응에 과도하게 힘쓸 겨를이 없는데, 기생충이나 각종 감염이 줄면서 자기 세포를 공격하는 오류가 나오고, 그중 하나가 아토피라는 거지요. 그런 배경이라면, 아이들의 흙장난을 막거나 멸균하듯이 깨끗이 씻기는 것도 비슷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겠지요.
젊은 사람들은 대개 코로나19를 가볍게 앓고 넘어가는데, 의외로 몇몇은 중증 상태에 빠진 경우가 있었습니다. 그것이 코로나로 유명해진 사이토카인 폭풍입니다. 이것도 과도한 면역반응의 한 양상입니다. 정상적 상황에서는 T림프구가 분비하는 사이토카인은 바이러스와 바이러스에 감염된 세포를 파괴합니다. 면역이 오류를 일으켜 사이토카인을 과다하게 분비하면 건강한 자기 세포마저 공격하여 치명적인 상태로 만듭니다. 이때도 면역 억제제가 필요합니다. 면역력 센 것이 능사가 아닙니다. 몸도 세상도 조화로워야 건강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