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젊은 세대에서 심혈관 질환 잠재군이 크게 늘고 있다. 20~39세 고혈압 환자가 지난 5년간 30%가량 증가하면서 이제 30만명에 달한다. 젊은 비만이 증가하면서 30대 당뇨병 환자도 11만명을 넘어섰다. MZ세대 당뇨병은 연평균 12% 증가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심혈관 내분비 질환 상태인데도 겉으로 드러나는 증상이 별로 없고, 자발적인 의료 기관 방문도 적다. 질병 예방과 조기 관리 사각지대다. 이에 박상민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우리나라에선 2019년부터 20~30대 누구나 무료로 국가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는 정책이 시행됐다”며 “이를 갈수록 늘어나는 MZ세대 심혈관 질환 관리에 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전국 20~39세 남녀 268만명의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실시한 코호트 추적 연구에 따르면, 첫 검진 때 총콜레스테롤 수치가 240(mg/dl) 이상으로 높은 경우 10년 이내 관상동맥 질환이 발생할 위험도가 21%, 뇌혈관 질환은 24% 커졌다. 이는 증상이 없는 젊은 고지혈증을 조기 발견하여 관리하면 중증 질환 발생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의미다.

20~39세 남녀 249만명을 대상으로 10년간 고혈압 위험을 추적 관찰한 연구에 따르면, 이들에게 강화된 고혈압 기준인 수축기 130 이상, 이완기 80(mmHg)을 적용할 경우, 10년 후 심혈관 질환이 발생 위험도가 남자는 25%, 여자는 27% 높아졌다. 이들이 고혈압 약물 치료를 받으면 그 위험도는 남성이 12%, 여성이 13.5% 낮아졌다. 박상민 교수는 “젊을 때 혈압, 콜레스테롤, 체중 관리를 시작하면 이른바 유산 효과가 나타나는데, 몸을 이른 나이부터 좋은 상태로 만들고 질병을 초기부터 관리하면 그 건강 효과를 오래 누리게 된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대한당뇨병학회도 젊은 당뇨병 환자가 급증하자 종전에 40대부터 권고하는 당뇨병 선별 검사 나이를 낮추길 권장한다. 미국당뇨병학회는 지난해 당뇨병 검진 연령을 45세 이상에서 35세 이상으로 열 살 낮췄다. 아울러 대한당뇨병학회는 당뇨병 검진 시 공복 혈당만 측정할 것이 아니라, 최근 3개월간 혈당 수준을 보는 당화혈색소 검사를 도입해 숨은 당뇨병 환자를 조기 발견해야 한다고 말한다. 일부 당뇨병 환자는 공복 혈당은 높지 않고, 식사 후에만 혈당 수치가 높은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당화혈색소 검사는 공복 상태가 아니어도 할 수 있어 젊은 세대에게 수용성이 높다.

의학계는 장년 이후 세대는 암 조기 발견과 신체 기능 이상 여부를 보는 건강검진에 집중하고, 젊은 세대는 잠재적 심혈관 내분비 질환을 조기 발견하는 검진으로 진행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지금은 모든 세대가 엑스레이나 CT 등을 통한 암 검진 위주의 건강검진을 일괄적으로 하고 있다.

정승은 가톨릭대 은평성모병원 영상의학과 교수는 “직장 검진을 통해 20~30대 여성들이 유방암 찾는 유방 촬영술을 받는 경우가 상당수인데, 젊은 나이 유방 방사선 검사는 되레 유방암 발생을 높일 수 있기에 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는 유방암 가족력이나 유전적 돌연변이가 없는 경우, 40세 이상부터 유방 촬영술 검진을 권장한다. 정승은 교수는 “증상이 없는 40대 남자의 전립선 초음파 검사, 40대 이하 비흡연자의 저선량 폐 CT 검사도 낭비적인 검진”이라며 “건강검진 결과를 진료와 질병 관리 교육에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