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처음으로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리는 중입자 치료가 시작됐다.
연세대 의료원은 3일 “전립선암 환자를 대상으로 중입자 치료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첫 환자는 60대로, 전립선 피막 안에만 1.2㎝ 크기 종양이 존재했고, 림프절과 주변 장기로 전이는 없었다. 환자는 수술 대신 암 덩어리만 파괴하고, 재발이 적다는 중입자 치료를 선택했다.
이로써 연세대 의료원이 3000여 억원이라는 국내 최고가 의료기기 기록을 세우며 만든 중입자 치료기가 본격 가동에 들어갔다. 국내 최다 2700여 병상을 가진 서울아산병원도 최근 중입자 치료기 도입을 결정했다. 서울대병원은 오는 2027년 부산 기장암센터에서 가동할 계획이다. 제주대병원도 도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입자 치료는 탄소 원자를 축구장 크기 가속기 안에 넣어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암세포에 조사(照射)하는 방식이다. 중입자는 암환자 몸에 들어갈 때는 에너지가 낮아서 정상 조직에 손상을 주지 않는다. 암 덩어리에 도달해서 에너지가 폭발하여 암 덩어리만 효율적으로 파괴한다. 일반적인 방사선 암치료기나 양성자 치료기보다 암세포만 더 정밀하게, 더 강도 높게 타격할 수 있다. 덕분에 치료 횟수는 기존의 절반 수준으로 줄일 수 있다. 부작용, 후유증도 적어 치료 후 바로 귀가도 가능하다.
연세의료원에 따르면, 하루 150여 통의 중입자 치료 문의 전화가 온다. 그만큼 기대가 크다는 의미다. 문의 환자의 암 위치나 병기, 전이 상태 등을 평가하면, 3% 정도가 중입자 치료 대상이라고 의료진은 전했다.
금웅섭 연세암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는 “일본 데이터로는 중입자 치료로 췌장암 생존율이 두 배 이상 늘었다”며 “앞으로 치료 대상을 점차 늘려 췌장암, 폐암, 간암 등에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치료비는 약 5500만원이 든다. 건강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 예전에 암 환자들이 일본에 중입자 원정 치료를 갔는데, 소요 비용은 1억~2억원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중입자 치료기는 16대가 가동되고 있고, 일본이 7대로 가장 많다.
한편 중입자 치료처럼 수술이나 항암제를 쓰지 않고, 방사선이나 양성자를 조사하여 암을 없애는 방사선 치료가 최근 늘고 있다. 코리안 메디컬 사이언스 저널에 실린 연구에 따르면, 암 환자 중 방사선 치료(RT)를 받는 비율이 2010년에는 24.5%였으나, 2019년에는 36.1%로 늘었다. 현재는 암 환자 10명 중 4명꼴로 방사선 치료를 받는다.
우홍균 서울대 암병원장(방사선종양학과 교수)은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암환자는 절반 이상이 방사선 치료를 받고 있다”며 “폐암이나 전립선 초기암에 대한 방사선 치료 결과가 수술과 같은 효과를 내고 있어 이제 방사선 치료는 말기암 환자만 받는다는 인식에서 벗어났다”고 말했다. 고령 암환자도 늘어나, 비침습적인 암치료가 선호되는 경향도 있다.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IMRT)도 확산됐다. 방사선을 여러 방향에서 쏘아 암 타깃에 모이게 하여, 치료 효율은 높이고 정상 조직 손상은 최대한 줄인 치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세기 조절 방사선 치료 사용 추세를 분석한 결과, 폐암, 유방암, 전립선암 등에서 2011년 1921명이 받던 것이 2018년에는 3만4759명으로 늘어 18배로 증가했다. 현재 모든 고형 종양에 대해 IMRT는 건강보험이 적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