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가 확대경으로 피부 상태를 검사하고 있다.

허창훈 분당서울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집에서 TV 프로그램을 보다 눈이 번쩍 뜨이는 장면을 봤다. 장수 가족의 건강 비결을 다루는 방송이었는데, 90대 할아버지 곁에서 말하는 80대 할머니 얼굴에서 이상한 것이 포착됐다. 오른쪽 눈 밑 피부가 붉게 헌 모습에서 직감적으로 피부암이라는 것을 알았다.

허창훈 교수는 방송국에 전화하여 “출연자 할머니 얼굴에 피부암이 있는 게 확실하니, 빨리 근처 피부과에서 진료를 받아보라고 전해달라”고 했다. 며칠 후 강원도에 살던 그 할머니가 허 교수 진료실을 찾았다. 조직 검사 결과 예상대로 피부암이었다.

허 교수가 직접 집도하여 피부암을 제거하고 빈자리는 뺨 살을 돌려서 메웠다. 피부암이 더 자랐으면, 눈꺼풀을 침범해 제거 수술이 어려울 뻔했다. 허 교수가 TV 원격 진단으로 사람 생명 하나 건졌으니, 장수 비결은 방송 출연에 있었다.

허 교수는 병원 엘리베이터에서 앞에 서 있는 사람의 뒷목에 생긴 피부암을 보고 진료실로 데리고 간 적도 있단다. 그 환자는 친구 병문안 왔다가, 모르고 있던 피부암 제거 수술을 잘 받았으니, 아픈 친구가 친구 한 명 살린 셈이다.

허 교수는 이처럼 점이나 검버섯인 줄 알고 있다가 뒤늦게 피부암으로 진단받는 경우가 꽤 있다고 말한다. 그러기에 일반 점과 다른, 피부암만의 특징을 알아둬야 한다. 일단 나이 들어 없던 점이 생겼거나, 있던 점이 점점 커지면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색깔이 균일하게 검지 않고, 붉고 얼룩덜룩하면 피부암을 의심해야 한다. 쥐 파먹은 형태거나, 점 위로 혈관이 지나가는 경우도 피부암 가능성이 크다. 점 가장자리가 울퉁불퉁하고, 점이 한편으로만 커지고, 지름이 0.6cm 이상이면 피부과 진료를 받는 게 좋다. 고령 사회로 갈수록 피부암이 늘어난다. 환자 대부분이 60대다. 목욕 후 가끔 거울을 보면서 자기 점을 볼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