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문화의 서구화로 한국인에게 위암은 줄고 대장암이 늘었다. 이런 경향에 따라 위암이 크게 사라졌다고 여기는 사람이 많으나, 착각이다. 위암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특히 남성에서는 폐암 다음으로 암 발생 2위다. 최근 위암 발견 사각지대가 드러나면서, 위암에 대한 경각심을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21년 연령대별 암 사망률을 보면, 위암이 30대에서 1위다. 지난 3년간 유방암이 1위였다가, 위암이 다시 올라왔다. 방심 속에 젊은 층 위암 조기 발견이 늦은 탓으로 본다. 위암 악성도도 젊은 환자에서 높다. 암이 위장 벽에 넓게 깔리는 미만형 위암도 젊은 환자에게 많다. 이런 경우 수술로 제거하기 쉽지 않다. 이에 30~40대 젊은 사람도 최소 2년에 한 번 위내시경 검진을 받는 게 좋다. 집안에 위암 환자가 있거나, 속쓰림 소화불량이 잦거나, 위축성 위염 진단을 받은 경우 등에는 검진을 철저히 해야 한다.
위암이 위의 두 군데 이상에서 동시에 생긴 경우를 다발성 위암이라고 한다. 1년 이내 시간차를 두고 두 개 이상의 위암이 발견된 경우도 다발성이라고 부른다. 처음에 하나만 찾아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김나영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팀이 위암 진단을 받은 환자 1만4603명에 대해 다발성 위암 요인 분석을 했다. 그 결과, 다발성 위암은 전체 위암의 4%에서 발생했다. 100명 중 4명은 애초에 위암이 두 개 이상이었다는 의미다. 남성에서 1.7배, 65세 이상 고령에서 1.5배 많았다. 김나영 교수는 “남성 고령자에서 조기 위암이 보이면 다발성 위암을 염두에 두고 세심한 검사를 통해 추가적인 위암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암 제거술을 받은 후, 남아 있는 위에서 숨어 있는 암이 나오는지도 살펴봐야 한다.
위내시경을 2년마다 정기적으로 했는데, 도중에 위암이 발견됐다고 억울해 하는 경우를 종종 본다. 이렇게 정기 검진 사이에 발견된 경우를 중간암이라고 한다. 중간암이 초기도 아니고, 병기가 높은 진행성 암이면 더 난감하다. 통계적으로 위암 진단 환자 중 약 10%는 진단 전 3년 안에 내시경 검사를 받은 적이 있다.
삼성서울병원 소화기내과 김태준·이준행, 건강의학본부 표정의 교수팀은 위내시경 검사에서 음성 결과를 받은 사람 중에 6개월에서 3년 이내에 진행성 위암 판정을 받은 환자 1257명을 대상으로 중간암 발생 요인을 분석했다. 그 결과, 위내시경 관찰 시간이 3분 미만으로 짧은 경우에 많았다. 첫 내시경에서 위암 발견을 놓쳤다고 해석할 수 있다. 또 다른 이유로는 2년을 초과하는 내시경 검사 간격이 꼽혔다. 진행성 중간암을 줄이려면 위내시경 검사를 4~5분 이상 하고, 검진 간격을 2년 이내로 하길 권한다. 수술로 제거하기 힘든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위암의 경우, 고가의 면역치료제(옵디보)도 건강보험 적용이 될 것으로 예상되니, 항암치료로 최선을 다할 경우 생존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