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성인 넷 중 하나가 고혈압이다. 질병관리청 분석으로 환자의 약 30%는 본인이 고혈압인 줄도 모르고 지내다 뒤늦게 진단을 받는다. 그 사이 고혈압이 방치되어 뇌졸중, 심근경색증과 같은 심뇌혈관질환 위험 요인을 키운다. 이에 고혈압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자, 국제고혈압연맹은 5월 17일을 세계 고혈압의 날로 정했다. 곳곳에서 자기 혈압을 정확히 알자는 캠페인이 진행된다.
◇올바르게 혈압 재는 법
최근 미국, 독일, 캐나다 등 전 세계 13개 의학 건강 기구 대표자들이 모여 국제 표준 임상 혈압 측정법을 발표했다. 혈압을 올바르게 재는 행동 지침이다. 우선 집이나 사무실 등 일상생활에서 혈압을 자주 재기를 권장한다. 측정 장소가 너무 춥거나 덥지 않아야 하고, 조용해야 한다.
혈압계를 책상에 놓고 의자에 앉아서 재는 게 좋다. 등을 의자에 기대고, 발은 바닥에 붙이는 편안한 자세여야 한다. 혈압 측정 전 3~5분부터는 휴식을 취하고 말을 하지 말아야 한다. 팔뚝을 감싸는 혈압 측정 커프(cuff)를 팔꿈치 관절 2~3㎝ 위에 대야 정확하다. 아래팔은 편하게 책상에 내려놓고. 팔꿈치 높이가 심장과 같게 해야 한다.
혈압 측정 최소 30분 전부터는 카페인, 술, 담배, 운동을 하면 안 된다. 측정 3~5분 전부터는 자극적인 대화나 전화 통화도 삼가야 한다. 방광에 소변이 꽉 찬 상태에서 혈압을 재는 것도 권장하지 않는다. 최소 30초 이상 간격을 두고 두 번 재서 그 평균을 현재 혈압으로 삼아야 한다. 요즘 스마트워치로 혈압을 재는 사람이 많은데, 이는 혈압 변화를 보는 참고치이고, 혈압 측정 자료가 임상적으로 활용되려면 팔뚝 커프 혈압계를 사용해야 한다.
◇24시간 혈압 측정 활용
집에서는 혈압이 안 높은데, 병원에 가서 잴 때만 높은 사람이 있다. 흰 가운을 입은 의사를 보면 긴장이 되어 혈압이 올라간다고 해서 백의(白衣) 고혈압이라고 부른다. 이처럼 측정 장소나 시간에 따라 혈압이 다를 때는 혈압계를 차고 다니면서 24시간 혈압을 측정해 볼 필요가 있다. 혈압 측정 커프를 팔뚝에 감아 놓으면, 15~30분마다 부풀었다가 풀어지면서 혈압이 측정되고 기록된다.
밤에 자는 동안에도 혈압이 측정되어 야간 고혈압 여부를 알 수 있다. 이런 고혈압은 대개 당뇨병이나 신장 질환이 있을 때 흔하다. 백의 고혈압과 반대로, 병원서 재면 정상이고, 집에서는 고혈압인 경우, 약물 치료를 해도 혈압이 안 떨어지거나, 고혈압 약이 낮과 밤에도 꾸준히 잘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고 싶을 때, 약을 바꿀 필요가 있을 때, 실신 또는 심한 저혈압을 경험한 경우 등에서 24시간 혈압 측정이 권장된다.
김성권 서울대병원 신장내과 명예교수는 “집에서 정확한 방법으로 혈압을 잰 뒤에 꼼꼼히 기록했다가 병원에 갈 때 의사에게 제출하면 혈압 상태와 변동 추이를 정확히 아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고혈압 환자는 평소 혈압 관리가 잘되더라도 가급적 매일 재고, 혈압이 정상이더라도 당뇨병, 비만, 고지혈증 등 만성질환이 있으면 혈압을 꼬박꼬박 재서 기록해 놓아야 이상 여부를 조기에 발견하여 혈압 관리를 잘할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