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암 발병 요인인 헬리코박터균을 없애는 제균 치료를 하면, 심근경색증을 일으키는 관상동맥 질환 예방 효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분당서울대병원 소화기내과 김나영, 순환기내과 황인창 교수 공동연구팀은 관상동맥 질환이 없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감염자 4765명에 대해 제균 치료를 받은 환자와 제균하지 않은 환자의 관상동맥 질환 누적 발병 유무를 장기간 추적 관찰했다.

그 결과, 남녀 모두 제균 치료를 받아 헬리코박터균이 박멸된 환자들의 관상동맥 질환 누적 발병률이 비제균 그룹에 비해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특히 남성은 65세 이하에서, 여성은 65세 이상에서 이러한 예방 효과가 컸다.

여성호르몬이 감염에 대한 면역 반응을 강화하고 혈관을 확장하는 효과가 있는데, 여성호르몬 수치가 비교적 낮은 65세 이하 남성이나 65세 이상 여성의 제균 치료에 따른 심혈관 질환 예방 효과가 높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연구팀은 전했다. 연구팀은 그간 헬리코박터 제균 치료가 콜레스테롤 수치나 당화혈색소(HbA1c) 감소에 긍정적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입증한 바 있다.

김나영 교수는 “헬리코박터 파일로리가 위암, 위궤양 등 위장 병변을 유발하는 균으로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전신의 염증성 사이토카인 활성화를 비롯해 지질 대사 장애를 유발하고, 혈관 손상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며 “감염이 확인되면 위암과 심근경색을 동시에 예방하는 효과가 있는 만큼 제균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헬리코박터’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