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속 90km로 달리는 차에 치여 척추뼈가 부러지는 손상을 입었는데도 현대의술의 도움 없이 명상을 통해 멀쩡하게 자연치유됐다는 사실을 믿겠는가.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졌다. 그리고 당사자는 그 경험담을 써서 베스트셀러작가가 되고 자신의 자연치유 방법들을 대중에 알리는 교육가요 기업가가 됐다.

조 디스펜자 박사. / The Official Website of Dr. Joe Dispenza

조 디스펜자(1962~)는 1986년 23살 때 철인3종경기에 출전해 사이클을 타고 달리다 SUV에 받혀 아스팔트 바닥에 나뒹그러졌다. 다발성척추압박골절. 6개의 척추뼈들이 부서지고 뒤틀려져 3일내 수술하지 않으면 어쩌면 평생 전신마비로 살아야 한다. 수술은 척추에 길이 20~50cm 철심(해링턴 막대)을 끼우는 것인데 낫더라도 정상인으로서 생활은 어렵게 된다.

그는 고민하다 의사의 제의를 뿌리치고 스스로 극복해보겠다고 결심했다. 사실 디스펜자는 약물 없이 척추지압을 통해 병을 고치는 카이로프랙틱(chiropractic) 전문가로 이미 남캘리포니아에서 클리닉을 운영중이었다.

스포츠의학의 일종인 카이로프랙틱은, 모든 질병은 척추의 이탈에 따른 척추신경에 대한 압박에서 비롯된다는 전제하에 신경-근육-골격 체계의 이상을 손으로 치료하는 의술. 말하자면 디스펜자도 등뼈에 관한한 나름 전문가였다. 더구나 오랫동안 무술과 요가를 해왔다.

그는 ‘신체의 자연회복력’을 굳게 믿고 있었다. 인간이 스스로 치유할 수 있는 능력은 카이로프랙틱의 철학이자 전인의학자들(holistic practitioners)의 이론적 토대다.

많은 사람들이 조 디스펜자의 강연을 들으러 온다. /The Official Website of Dr. Joe Dispenza

‘신체를 창조한 힘이 신체를 치료한다.’ 그는 미련없이 퇴원하고 친구 집의 화사한 방에서 재활을 시작했다.

먼저 음식은 생식(生食)을 조금만 먹었다. 소화에 사용될 많은 에너지를 상처 치유에 더 쓰게 하기 위해서였다.

아침, 점심, 저녁 하루 세 번 한시간씩 명상과 자기최면을 했다. 마음 속으로 자기 척추 뼈 하나하나를 떠올리며 완벽해진 척추를 상상하면서 말이다.

동양의학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氣)치료도 했다. 방문하는 친지들의 손을 자기 상처에 올려놓아 그들의 무의식적 에너지가 전달되도록 했다.

마지막으로 부서진 뼈의 칼슘 보충을 위해 상처 부위에 물리적 자극을 주었다. 침대 옆에 경사진 탁자를 놓고 조심스럽게 몸을 굴려 지속적으로 척추를 자극시킨 것이다.

6주가 지나면서 몸의 빠른 회복 속도를 느끼며 수영을 시작했다. 처음엔 몸을 고정시키는 두꺼운 옷을 입고 긴 의자에 누운 채 물 위에 떠 있었다. 이후 물 속에 둥둥 떠다니다가 서는 방법을 익혔고 나중에는 전신을 움직여 수영을 할 수 있었다.

8주차 들어 맨 땅에서 기어다닐 수 있게 됐고 걸음마, 앉기, 혼자 목욕을 하는 순서로 발전했다. 12주가 지났을 때 아령을 들 수 있었고 마침내 혼자서 한시간 걷게 되면서 더 이상 치료는 필요 없게 되었다.

# 여기서 핵심은 그의 명상과 자기최면이다. 그는 하루 3시간씩 자신의 신체 뼈가 붙고 완치되는 것을 머릿속으로 줄기차게 상상했다. 스포츠 선수들이 주로 하는 ‘멘탈 리허설(mental rehearsal・심적 시현)’이다.

여기에는 엄청난 정신 집중과 에너지가 소요된다. 결국 그는 이것을 통해 병을 극복하고 이후 ‘명상 전도사’가 됐다고 한다.

그가 쓴 ‘당신이 플라시보다(You Are the Placebo)’는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가 됐고, 우리나라에도 번역됐다. 그는 미국과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강연, 강좌를 열고, 그를 통해 심신의 질병을 치유했다는 사람들의 체험과 고백 행사도 성황을 이룬다. 2299달러 짜리 피정(避靜)프로그램은 며칠만에 매진되기도 한다.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도 많지만, “명상을 질병치료제처럼 팔아먹는 사이비 과학자”라고 비판하는 사람들도 있고, 미국 주류 언론도 그를 진지하게 다루지는 않고 있다.

조 디스펜자가 청중들 앞에서 깊은 명상에 들어가기 위한 호흡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The Official Website of Dr. Joe Dispenza

# 하지만 그가 주장하는 이론들을 찬찬히 살펴보면 황당한 이야기는 아니다.

아마도 그가 비판받는 이유는 신경과학・뇌과학・후성유전학・양자물리학을 통해 이미 공개된 많은 이론들을 마치 자신의 과학적 이론인양 주장한다거나, 가끔 영적 지도자 같은 ‘코스프레’를 하며 돈을 버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어쨌든 유전자나 환경을 넘어서 자신의 의식(consciousness)으로 마음과 뇌를 변화시켜 새로운 삶을 만들 수 있다는 주장들은 요즘 같이 복잡한 세상에 일견 희망적이다.

그의 이야기는 결국 ‘지성이면 감천이다’는 우리 옛 속담과도 일맥상통한다. 또한 ‘철의 여인(Iron Lady)’ 마가렛 대처 전 영국총리(1925~2013)가 어렸을 적부터 마음속에 품고 살았다는 경구를 생각나게 한다.

“생각이 말이 되고, 말이 행동이 되며, 행동이 습관이 되고, 습관이 성격이 되며, 성격이 운명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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