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지 기능 장애를 일으키는 치매는 남성보다 여성에게 더 흔하기 때문에, 여성호르몬이 치매 발병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는 가설이 있다. 여성은 50세 전후 폐경기에 들어서면 여성호르몬 분비가 적어져서, 얼굴 홍조, 우울증, 질 위축 등 다양한 폐경 증상을 경험하게 된다. 이 시기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치료는 폐경 증상을 조절하는 데 효과적이지만, 치매 관련성에 대한 우려가 있었다.
최근 영국의학회지에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이 치매 발생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한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는 2000년에서 2018년 사이에 덴마크에서 치매 진단을 받은 여성 5589명과, 이들과 나이가 비슷하지만 치매에 걸리지 않은 여성 5만5890명으로 구성한 대조군을 대상으로 했다. 평균 나이는 70세였고,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은 평균 53세에 시작했다.
치매군과 대조군을 비교해 본 결과, 에스트로겐-프로제스테론 제제로 보충 요법을 한 경우, 치매 발생 위험률이 전체적으로 24% 높았다. 여성호르몬 사용 기간이 길수록 치매 발생 위험이 높아져서 12년 이상 사용한 경우는 74%나 높아졌다.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을 시작한 나이에 상관없이 치매 발생 위험률을 높였다.
여성호르몬 보충 요법은 폐경기 증상을 개선해서 여성을 회춘시켜 주는 효과가 있지만, 유방암, 자궁암 위험을 일부 높일 수 있다. 치매 발생 위험과 관련해서는 논쟁 여지가 있지만, 이번 연구 결과처럼 대체로 치매 발생 위험을 높인다는 쪽이 많다. 어떤 약물 치료건 좋은 면이 있는 반면에 부작용도 따를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