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美蘇) 데탕트, 미중 수교 등 20세기 중반부터 세계사 흐름을 이끌었던 헨리 키신저 전 미국 국무장관이 올해 100세 되었다. 1923년생이다.
그의 아들은 최근 미국 신문 워싱턴포스트지에 ‘나의 아버지 헨리 키신저의 백세 장수 비결’이라는 기고를 했다. 격동과 긴장의 삶을 살아 왔고, 백 살이 된 지금도 왕성하게 활동하는 바탕을 가까이 지켜본 아들이 설명했으니, 장수학자로서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키신저는 독일식 소시지와 돈가스처럼 쇠고기를 튀겨 먹는 비너 슈니첼을 즐기고 있다. 소식이나 채식과는 거리가 멀다. 스포츠도 보기를 좋아했지, 결코 몸소 하지 않았다. 종래 장수 비법과는 동떨어진 생활 습관이었다.
반면 의지적 행동은 예사 사람들과 달리 특별했다. 생각이나 신앙이 다른 이들을 결코 적대시하지 않았다. 노회한 소련 대사 도브리닌과 초긴장 협상을 할 때도 체스를 두면서 여유를 가졌다고 한다.
그칠 줄 모르는 그의 활동 동력은 무엇보다도 호기심이었다. AI(인공지능)가 등장하자 95세 때부터 대학원생과 같은 열정으로 그 문제점을 파고들기 시작하여 이미 책 두 권을 발간했다. 그중 한 권이 ‘AI의 시대: 그리고 우리 인간의 미래’이다. 백 살이 된 지금도 미래를 이야기하며 새로운 책 집필도 시작했다.
호기심과 사명감의 근저에는 강한 의지를 바탕으로 한 근면과 열정이 있다. 이는 <하자> <주자> <배우자> 등 장수 3원칙을 실천하면서 살아가는 모습이다. 백 살 나이에도 주저하지 않고 앞으로 계속 나가는 진행형 삶을 살아가는 키신저, 신체적 노력에 못지않게 부단한 정신적 의지가 장수 결정 요인임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