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세계적인 도예가였다. 영국 유명 뮤지엄에서 그의 작품들을 영구 콜렉션했으며 1999년 엘리자베스 여왕이 방한해서 우리 대통령에게 준 선물이 바로 그의 도예 작품이었다.
그러나 이제 작품 활동을 완전히 접고 집필, 명상 지도, 영적 수행에만 전념하고 있다. 그의 이름은 루퍼트 스파이라(Rupert Spira). 1960년 영국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으나 어려서부터 인도 철학과 명상에 눈을 떠 깊은 연구와 수행을 해왔다.
그래서인지 그의 얘기는 자연스럽게 기독교와 불교의 가르침과도 연결되며, 별로 종교적 색깔을 내지 않으면서 영적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그는 ‘나는 누구인가?’, ‘어떻게 하면 평화롭고 행복한 인생을 얻을 수 있나?’라는 삶의 본질적 문제를 아주 쉬운 말과 비유로 설명한다. 그러나 명상 등 마음수련 훈련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좀 알쏭달쏭하게 들릴 수도 있다.
최근 번역돼 나온 그의 저서 ‘알아차림에 대한 알아차림(Being Aware of Being Aware)’을 중심으로 알아본다.
# 사람들은 절망을 이럭저럭 관리하며 살아간다
일상생활에서 우리는 늘 수많은 생각과 감정, 욕망 속에 살고 있다. 때때로 생로병사의 근원적 불안과 고통, 절망감을 인식할 때도 있지만 대부분 의식적으로 외면하고 억압한다.
대신 세속적인 일에 몰두함으로써 보상을 찾으려고 한다. 쾌락, 돈, 힘센 자리, 인간관계, 성공, 명예, 성취….
그러나 그것이 근원적인 행복이 아니라는 사실도 우린 알고 있다. 간혹 원하던 것을 얻거나 경험하게 되면 잠시 평온함과 만족함을 맛보게 될 뿐이나 곧 원래로 돌아간다.
때문에 사람들은 물질을 통해 절망감을 치료하고, 대상을 손에 넣어 절망감을 마비시키며, 낭만이나 명상적 체험을 통해 절망으로부터 회피하고, 여러 활동과 인간관계를 경험하며 자신의 주의를 딴 데로 돌리며 살아간다.
# 우리는 ‘가짜 나’를 ‘진짜 나’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진정한 평온함과 행복이란 마음이 외부가 아니라 내부, 즉 스스로에게 향할 때 얻어질 수 있는 데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를 모른다. 아니 ‘자기 자신’이 누군지부터 모르고 산다.
일상생활에서 경험하는 ‘나’는 ‘진짜 나’가 아니다. 내 이름, 직업, 이력, 인간관계는 일시적인 것일 뿐이며 내 집, 차, 자리 역시 일시적으로 소유하고 있을 뿐이다.
지금 내가 느끼는 생각・감정・감각도 ‘진짜 나’가 아니다. 이 모든 것은 왔다가 사라져 갈 뿐이다.
생각해보라. 어제의 생각이 지금 생각인가. 그게 나인가. 어제 즐거웠던 감정이 지금 감정인가. 그게 나인가. 어제 감각이 지금도 계속 되고 있나. 그게 나인가. 그러나 우리는 ‘가짜 나’가 요구하는 명령에 따라 이리가고 저리가며 정신없이 살아간다.
# ‘진짜 나’는 이렇게 찾아간다.
우리가 찾으려고 하는 진정한 나, 참나, 진아(眞我), 불성(佛性), 성령(聖靈)이라고 부르는 그 어떤 인격, 힘, 에너지, 기운은 바로 ‘지금 여기’에서 경험하고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순간 발견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때의 지극한 평화, 완전체로서의 나를 발견하게 되고 그것이 명상의 목표이면서 그런 나를 알아차리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우리는 평화와 행복, 깨달음을 얻게 된다는 얘기로 내게 해석된다.
우리는 늘 의식(생각・감정・감각)을 통해 알아차리며 살고 있다고 생각하나 그것은 주변에 대한 (대상적) 경험일 뿐이다. ‘알아차림’ 자체가 ‘진짜 나’다.
내가 이러저러한 역할을 맡고 있고, 이러저러한 것을 갖고 있으며, 이러저러한 경험을 하고 있음을 늘 알아차리고 있는 존재가 곧 진짜 ‘나’다. 내가 어떤 행위를 할 때 그 행위가 일어남을 알아차리고 지켜보는 존재가 곧 진짜 ‘나’다.
여러분이 꼭 기억해야 할 것은 이를 찾기 위해 대단한 수련이나 깨달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명상을 통해 마음을 고요히 가라앉힌 뒤 다음 사항을 따라해보라. ‘진짜 나’를 자주 알아차릴수록, 그것은 내 삶의 전면에 점점 나오게 되며 평온과 행복감은 증진된다는 것이다.
- 지금 무언가를 하는 것을 멈추어라. 명상은 스스로에게 돌아가기, 스스로를 쉬게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 주의 집중을 이완시키고 지금 내가 겪는 일상의 경험으로부터 떨어져 나온다. 그럼으로써 주의는 자연스럽게 자기 자신(진짜 나)에게로 되돌아오고 쉬게 된다.
- 알아차림의 경험을 내 의식의 전면으로 나오게 하고, 생각・이미지・느낌・감각・지각이 배경으로 물러나게 하라
- 비활동, 비실천으로서의 명상을 통해 마음의 활동을 가라앉혀라. 그리하면 마음의 본질인 순수한 알아차림이 제약으로부터 벗어나서 있는 그대로 모습을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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