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청력 장애가 오면 인지 기능이 떨어지거나 치매에 걸릴 위험이 커질 수 있다. 그래서 보청기로 청력을 개선함으로써 치매를 예방하려는 노력이 있었다. 일부 관찰 연구에서 그 효용성이 확인됐지만, 보청기를 직접 적용하여 그 변화를 보는 중재 연구에서는 효과가 입증되지 않아 논란이 있어 왔다.
최근 논문 인용 지수가 가장 높은 영국의 학술지 랜싯에 보청기 사용이 치매 예방에 미치는 효과를 분석한 중재 연구가 발표됐다. 연구는 청력 장애가 있지만 인지 장애나 치매가 없는 70~84세 미국인 노인 977명을 대상으로 했다. 연구 대상자를 무작위로 두 무리로 나눠 한 그룹은 보청기를 쓰게 했고, 다른 그룹은 일반적 건강 교육만 받도록 했다. 그 후 6개월마다 인지 기능 변화를 추적 관찰했다.
3년 후에 결과 차이를 비교해보니, 두 그룹의 전체적인 인지 기능 차이는 없었다. 하지만 인지 기능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대상자만 국한해서 분석해 보니, 보청기를 한 그룹이 대조군보다 인지 기능 점수 저하를 48%나 예방해줬다. 언어 기능 저하도 줄여줬다.
청력이 소실되면 뇌로 전달되는 자극이 줄어들고, 대인 관계 감소에 따라 사회적 자극도 떨어져 인지 기능이 감소한다. 보청기는 이러한 퇴행적 변화를 늦춰줄 수 있다. 특히 인지 기능이 약간 저하되어 있거나, 당뇨병, 고혈압과 같이 심혈관계 질환 위험이 높거나, 교육 수준이 낮거나, 혼자 사는 노인 등 향후 인지 기능이 떨어질 위험이 높은 사람들에게 보청기가 치매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입증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