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성 간질환을 방치하면 간경화, 간암으로 번져 사망률이 높아진다. 과거에는 B형, C형 간염과 같은 바이러스 질환이 주된 원인이었지만 최근에는 알코올성 간염이나 비만에 의한 지방간 등이 더 큰 원인이다.

최근 미국 하버드대 연구팀에서, 설탕이 들어간 단맛의 음료와 간질환의 관련성을 조사한 연구를 미국의사협회지에 발표했다. 여성 건강 코호트 연구에 참여한 폐경기에 들어선 50~79세 미국 여성 9만8786명을 연구 대상으로 했다. 이들을 대상으로 표준화된 질문지를 이용해서 ‘설탕 음료’ 및 인공 감미료 음료 섭취량을 3년마다 조사한 후 평균 20년을 관찰하면서, 간암 발생 여부, 지방간, 간경화 등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조사했다.

연구 결과, 207명에게서 간암이 발생했고, 148명이 간질환으로 사망했다. 하루 한 병 이상 설탕 음료를 마신 사람들은, 마시지 않는 사람들(한 달에 3회 이하)에 비해서 간암 발생 위험이 85% 높았다. 간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은 68% 높았다. 인공 감미료 음료에 의해서는 간암이나 간질환에 의한 사망 위험이 높아지지 않았다.

설탕이 들어간 음료는 체내 포도당 농도를 높여서 인슐린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게 되는 인슐린 저항성을 올리는 동시에 간실질 내의 지방 축적을 높인다. 이로써 지방간을 유발하고, 간암 및 간질환에 의한 사망률을 높이는 것으로 추정된다. 간질환이 걱정되면, 일반적으로는 간독성 물질을 피하는 데에만 신경을 쓰는 경우가 많은데, 아무 생각 없이 마시는 달콤한 청량음료 한 잔이 간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해봐야 한다.

탄수화물 섭취량이 많은 한국인 식단에서 설탕은 소금만큼 위험하다. 비만, 당뇨 환자가 줄지 않는 이유다. 당분 섭취를 줄이면서 맛도 낼 수 있는 다양한 습관을 몸에 익히는 게 중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