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화면을 조작하는 모습. /조선DB

전직 마이크로소프트 임원 린다 스톤은 노트북 앞에 앉아 이메일을 확인하는 동안 자신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이같이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 화면을 보다가 자신도 모르게 호흡이 잠시 멈추거나 옅어지는 것을 스크린 무호흡증이라고 한다. 이는 수면 무호흡증에서 따온 것으로, 공식 의학 명칭은 아니다.

23일(현지 시각) CNN, 뉴욕타임스 등은 스크린 무호흡증의 원인과 해결방법에 대해 소개했다.

스크린 무호흡증이라는 개념은 2008년 스톤이 제시한 ‘이메일 무호흡증’에서 확장한 것이다. 당시 스톤은 지인 200명을 집으로 초대해 그들이 이메일을 확인하는 동안 심박수와 호흡이 어떻게 변하는지 관찰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그 결과 참가자의 80%가 주기적으로 숨을 쉬지 않거나 호흡에 변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두고 스톤은 이메일 무호흡증이라고 명명했다가 이후 이메일뿐만 아니라 화면 앞에서 무언가 작업을 할 때 많은 사람들이 호흡장애를 경험한다는 걸 발견하고 스크린 무호흡증으로 명칭을 바꿨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 정신의학과 교수 스티븐 포지스는 스크린 무호흡증에 대해 우리 몸이 스트레스를 직면했을 때 나타나는 일종의 반응이라고 설명했다. 포지스 교수에 따르면 우리 신경계는 어떤 종류의 자극을 받으면 위협인지 아닌지 판단한다. 이때 몸은 판단 과정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생리학적 변화를 시도하는데, 그것이 바로 호흡이 옅어지고 심장 박동이 감소하는 등의 변화다.

생각지도 못한 메시지를 받는 등 갑작스러운 자극일수록 우리 신체는 이를 위협으로 인식할 가능성이 높다. 포지스 교수는 “이런 반사신경 반응을 가끔 겪는 것은 해롭지 않겠지만, 하루 종일 화면을 켜두면 신경계가 만성 위협 상태로 인식해 위험하다”며 “얕은 호흡이 몇 시간 동안 유지되면 스트레스 받는 일이 없어도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스탠포드 의과대학 스트레스 및 건강센터 소장 데이비드 스피겔 박사는 화면 앞에 앉아 움직임이 부족한 상태도 무호흡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고 짚었다. 그는 “운동을 하지 않고 장시간 스트레스가 높은 일을 한 사람들 사이에서 무호흡증이 발견됐다”고 했다.

이같은 스크린 무호흡증을 해결하기 위해선 호흡을 상기시킬 수 있도록 주기적으로 알람을 설정해두는 것이 도움 된다. 특히 소리 내며 한숨을 크게 쉬는 것은 호흡 패턴을 재정비하는 좋은 방법이다. 숨을 길게 내쉬는 것은 기분 전환에도 효과가 있다.

아울러 큰 스크린을 사용하는 것도 정신적 부담을 줄여준다. 우리 신경계는 시야가 좁을수록 시야 외부의 모든 것을 차단하려는 특성이 있다. 때문에 큰 화면을 사용해 좁은 화면에 온 신경을 집중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무호흡증 개선에 도움을 준다.

이외에도 휴식 시간에 정신적 노력이 들지 않는 활동을 하는 것도 좋다. 포지스 교수는 쉬는 동안 휴대폰 메신저로 대화하기 보다는 신경계가 집중 상태에서 벗어나 온전히 경계를 풀 수 있도록 음악 감상이나 가벼운 산책 등을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