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박상훈

뇌 혈류량 변화를 확인해 혼합형 치매를 더욱 정확히 진단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세브란스병원 신경과 예병석 교수, 강석우 강사,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뇌연구소 전세운 교수 연구팀은 뇌 혈류량의 증감을 통해 알츠하이머치매와 루이소체치매가 동시에 발병하는 혼합형 치매를 진단하는 기법을 개발했다고 29일 밝혔다.

‘치매’로 불리는 인지 저하 증상을 야기하는 질환은 알츠하이머병, 루이소체병, 뇌혈관질환 등 50가지가 넘는다. 이 중 두 가지 이상의 원인 질환이 같이 발생하는 것이 혼합형 치매다. 주로 알츠하이머병과 루이소체병이 동시에 발병한다.

전체 치매 환자의 50% 가량이 혼합형 치매를 앓지만, 대부분이 혼합형 치매가 아닌 알츠하이머병으로 진단받는데 그친다. 루이소체병의 원인이 되는 단백질의 침착을 확인할 수 있는 검사가 없기 때문이다. 혼합형 치매는 단독형 치매보다 인지 기능과 신체 기능 저하 속도가 더 빨라 정확한 진단이 필요하다.

연구팀은 세브란스병원에 등록된 치매 환자 99명을 대상으로 양전자단층촬영(positron emission tomography·PET) 검사를 진행해 알츠하이머치매의 원인이 되는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착과 루이소체병의 원인이 되는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의 침착이 치매 증상에 끼치는 영향을 조사했다.

연구팀은 두 가지 단백질이 각기 다른 뇌 부위의 혈류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확인했다. 베타-아밀로이드 단백질의 침착은 내측두엽 혈류를 감소시켰고, 알파시누클레인 단백질로 인한 도파민 기능 저하는 해마 혈류를 증가시켰다. 이러한 변화는 각기 다른 증상을 야기했다. 내측두엽 혈류 감소는 기억력 저하 등 전반적인 인지기능 저하를 발생시킨 반면, 해마 부위 혈류 증가는 집중력, 시공간 기능의 저하를 보이는 인지기능의 변동, 환시를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처럼 각기 다른 증상을 기반으로 혈류량 변화 차이를 통해 혼합형 치매 발병을 확인할 수 있다는 결론을 내렸다.

예병석 교수는 “혼합형 치매 환자가 보이는 증상이 다양해 정확히 진단을 내리는 것은 매우 어렵다”며 “이번 연구 결과를 통해 단독형 치매 환자보다 인지·신체 기능이 떨어지는 속도가 빠른 혼합형 치매 환자에서 조기 진단 및 치료를 진행해 예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미국 알츠하이머병 협회 학술지 ‘알츠하이머병과 치매’(Alzheimer’s & Dementia, IF 16.655) 최신 호에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