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생기는 질환으로, 치매가 아닌데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져 치매로 오인하는 병이 있다. 정상압 수두증이다. 뇌 안에 액체로 있는 뇌척수액의 불균형 때문에 정상보다 물이 많이 차는 질환이다. 70세 이상 노인 100명 중 2명꼴로 발생한다.

박용숙 중앙대병원 신경외과 교수는 “인지 기능 저하와 무기력증 같은 증세가 노인성 치매(알츠하이머)와 비슷해 오인하기도 한다”며 “걸음걸이가 부자연스러워져 발을 넓게 벌리고 작은 보폭으로 발을 질질 끌며 넘어지는 일이 잦고 균형 잡기가 힘든 점이 일반적 치매와 다르다”고 말했다. 또한 소변을 참지 못하고 화장실에 가기도 전에 요실금으로 옷에 실수를 하기도 한다. 뇌 CT나 MRI를 찍어서 뇌실이 커진 것을 확인하고 척수액 검사를 하면, 치매와 정상압 수두증 감별이 가능하다.

‘정상압 수두증’은 치료가 힘든 치매와 달리 얼마든지 치료가 가능하다. 박용숙 교수는 “일반적 치료는 전신 마취를 해 두개골에 구멍을 내서 과다한 뇌척수액이 배 안 복강으로 나갈 수 있게 관을 연결하는 뇌실-복강 단락술”이라며 “최근에는 요추-복강 단락술이라고 해서 허리 척추에서 복강 내로 우회로를 연결하는 수술을 시행하여, 머리에 구멍을 내는 ‘두개골 천공술’을 시행하지 않고, 국소 마취로도 시행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65세 이상인데 걸음이 느려지고, 기억력이 떨어지고, 배뇨 장애가 있으면 ‘정상압 수두증’을 의심하고 반드시 검사해 볼 필요가 있다고 박 교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