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주택가에 설치된 보일러 연통. 기사와 관련 없음./연합뉴스

겨울철 에너지 비용 부담으로 인해 추위에 노출되면 뇌졸중, 심근경색 등 심혈관질환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서울의대 휴먼시스템의학과 윤형진 교수, 연세의대 예방의학교실 김경남 교수, 경상국립대 정보통계학과 김수환 교수, 강북삼성병원 박유진 데이터사이언티스트 공동 연구팀은 겨울철 심혈관질환으로 인한 입원에 국내 난방 에너지 가격이 미치는 영향에 대해 분석한 결과 이러한 연관성이 관찰됐다고 30일 밝혔다.

심혈관질환은 평균 기온이 급격히 떨어지는 겨울철에 많이 생기는 편이다. 추운 날씨가 혈관 수축을 유발하고 심박수와 혈압을 높여 혈관 속 혈전의 불안정성을 높임으로써 심장근육에 충분한 혈액이 공급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고령이나 고혈압,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경우에는 이런 위험이 더 높다.

연구팀은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전국 16개 시도에서 발생한 심혈관질환 입원 및 사망 595만 8617건의 데이터를 이용해 겨울철 에너지 가격의 변화에 따른 한파의 영향을 분석했다. 에너지는 천연가스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 결과, 심혈관질환 입원 위험은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세를 보인 기간(2015년 1월∼2017년 2월) 보다 천연가스 가격이 상승세를 보인 기간(2012년 1월∼2014년 12월)이 1.71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천연가스 가격이 올라가는 시기에 난방기 사용량을 줄이고, 반대로 천연가스 가격이 줄어드는 시기에는 난방기 사용량이 늘어나는 소비 패턴의 결과라고 봤다.

윤형진 교수는 “바깥 기온이 낮더라도 실내 온도가 적정하면 심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많이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을 천연가스 가격을 간접 지표로 삼아 증명한 첫 연구”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심혈관질환은 전 세계적으로 사망 원인 1위이고, 국내에서도 암에 이어 사망 원인 2위에 해당하는 질환”이라며 “취약계층은 난방비 부담으로 날씨가 추워도 난방을 충분히 하지 못하고, 그 결과 한파 등으로 인한 심혈관질환 위험에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에너지 관련 정책 수립 시 중요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환경 연구’(Environmental research) 최근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