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괴물' 포스터.

아들이 수상하다. 마시라고 챙겨준 물통에는 흙탕물이 들어있고 운동화 한 짝은 어디 갔는지 보이지 않는다. 귀에는 알 수 없는 상처, 머리카락은 어쩌다 잘렸는지 욕실 주변에 흩어져 있다. 엄마의 마음은 타들어간다. 누가 내 아이를 이렇게 만들었는가. “선생님이 때렸다”는 아들의 말에 엄마는 학교로 달려가 사과를 받아내고 문제의 교사는 학교를 그만둔다. 엄마가 안심하려는 찰나, 교사의 한마디에 새로운 진실의 조각이 모습을 드러낸다. “댁의 아드님이 다른 학생을 괴롭히고 있어요.”

올해 칸 영화제 각본상 수상작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괴물’(29일 개봉)은 세상의 편견에 무릎이 꺾이려 하는 모든 이들에게 부치는 세 겹의 연서(戀書)다. 크게 3부작으로 나뉘어 세 인물의 시점에서 사건을 보여주며 ‘누가 괴물인가’를 묻는다. 영화는 다음 장(章)으로 넘어갈 때마다 반전의 반전을 거듭한다. 세 조각 퍼즐을 맞춰가며 괴물을 찾던 관객은 알게 된다. 정답은 스스로를 향하고 있음을. 편견과 억압이 지배하는 진실의 자장(磁場) 안에선 진실조차도 머리 세 개 달린 괴물임을.

이야기가 여러 시점에서 전개되는 구조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명작 ‘라쇼몽’(1950)을 떠올리게 한다. ‘라쇼몽’은 인물들의 엇갈리는 증언을 통해 진실이 과연 존재하는가를 묻는 반면, ‘괴물’에서는 부분의 진실이 합해지며 종국에 모습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확연히 다르다.

영화 '괴물'의 두 배우 히이라기 히나타(12·왼쪽)와 구로카와 소야(14)는오디션을 통해 선발됐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두 소년을 보는 순간 감이 왔다”고 했다. /NEW

영화는 ‘노잼별에서 온 외계인’이라고 놀림 받는 소년이 우주가 뒤집혀 다시 태어나고 싶어하는 소망을 자주 들려준다. 내가 나인 것이 싫어서 ‘소고기덮밥이 다시 소가 되는’ 또 다른 세상을 꿈꾸고, 이대로는 도저히 행복해질 수 없다고 느끼는 소년에게 ‘괴물’은 속삭인다. “네가 너라서 다행이야.”

‘괴물’은 누구도 비난하지 않으면서 모두를 돌아보게 한다는 점에서 인간의 본질을 응시하는 거장의 품위를 보여준다. 오디션을 통해 뽑힌 두 아역 배우 구로카와 소야(14)와 히이라기 히나타(12)의 연기가 장면마다 빛난다. 올해 초 세상을 떠난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의 유작(遺作)이기도 하다. 마지막 장면에 흐르는 그의 곡 ‘아쿠아’는 어떤 음정으로도 자극하거나 과장하지 않으면서 내내 마음을 붙잡는다.

이 영화로 칸 각본상을 받은 사카모토 유지는 수상 소감에서 “단 한 명의 외로운 사람을 위해 썼다, 그것이 평가돼 감개무량하다”고 했다. 그가 말한 ‘단 한 명의 외로운 사람’은 너와 나, 우리 모두인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