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와 정치를 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예상 밖의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개봉 11일 에 누적 관객은 24만명을 넘었다. 사진은 12일 서울 시내 영화관 매표기. /박상훈 기자

이승만 대통령과 건국 1세대의 헌신과 투쟁을 재조명한 다큐멘터리 영화 ‘건국전쟁’이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개봉 11일 만에 24만 관객을 돌파해 최근 2년간 상영된 다큐 영화 중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다. 특별한 홍보나 마케팅 없이 입소문과 관객 후기만으로 일궈낸 결과라 더욱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12일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에 따르면, ‘건국전쟁’은 11일까지 누적 관객 24만1472명을 기록하며 올해 다큐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앞서 최고 기록은 지난달 10일 개봉한 김대중 전 대통령 탄생 100주년 기념 다큐 ‘길위에 김대중’(12만2077명, 11일 현재)이었다. 지난 1일 박스오피스 5위로 데뷔한 ‘건국전쟁’은 설 기대작들에 밀려 한때 7위까지 떨어지며 주춤하는 듯했으나 9~11일 연휴 사흘간 14만여명이 몰리며 다시 3위로 올라섰다. 10~11일 이틀 관객(11만1894명)만 해도 지난해 다큐 최다 관객을 동원한 영화 ‘문재인입니다’(11만6959명)에 맞먹는다. 다큐 영화에 ‘1주 관객 5만명’은 쉽게 넘보기 힘든 ‘마(魔)의 고지’다. ‘건국전쟁’은 이 고지를 만 하루(10일)에 올라섰다.

‘건국전쟁’은 흥행 속도도 매우 빠르다. ‘길위에 김대중’은 10만명 돌파에 16일, 12만명 돌파에 28일 걸렸으나, ‘건국전쟁’은 개봉 9일째 12만 고지를 곧바로 달성해 ‘길위에 김대중’을 제쳤다. 흥행 열기에 상영관도 2배 이상 늘었다. 개봉 당일 전국 132곳이었으나 점점 확대되면서 11일 현재 전국 301곳에서 상영되고 있다.

‘건국전쟁’은 국내외 연구자 증언과 사료를 바탕으로, 일부에서 독재자로만 폄훼해 온 이 대통령에 대한 오해를 바로잡는 데 상당 분량을 할애했다. 일반 상업 영화와 달리 홍보나 마케팅을 거의 하지 않고 입소문의 힘으로 일군 흥행 성적이라는 점에서 유사한 사례를 찾기 힘들다. 관객 후기는 호평이 많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 실관람객 평점도 9.77점으로 높다. “역사적 사실에 대한 새로운 인식의 좋은 기회” “30대 청년인데, 배우지 못했던 역사의 진실을 이제 알게 돼 감사하다”는 평도 있었다. CGV 관람평에도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된 영화, 할머니랑 같이 관람했어요” “이승만 대통령에 대해 재고해 보게 됐다” 등의 후기가 달렸다.

향후 상영관 유지나 확대를 좌우하는 수치 중 하나인 좌석판매율(전체 좌석 중 실관객 비율)이 39.8%(11일 현재)에 달해 당분간 흥행세가 계속될 전망이다. 박스오피스 10위 내 다른 영화의 좌석판매율은 대부분 20%대다.

‘건국전쟁’은 이달 중순 미국에서도 정식 개봉한다. 오는 16일부터 미국 CGV 2곳에서 상영된다. 상영관은 CGV LA와 CGV 부에나파크다. CGV LA는 2010년 문을 연 CGV 미국 1호점이며, CGV 부에나파크는 2017년 문을 연 2호점으로, LA 남동쪽 오렌지카운티 부에나파크 시티에 있다. 상영관은 100~150석 규모다. ‘건국전쟁’을 쓰고 연출한 김덕영 감독은 본지 통화에서 “이 대통령께서 유학 생활과 독립 운동을 하셨던 미국에서 영화가 개봉된다니 감개무량하다”며 “미국 관객에게도 이 대통령의 헌신과 열정을 전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미국 상영판에 영문 자막은 따로 달리지 않으며, 현지 교민을 중심으로 상영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