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규탁 한국 조지메이슨대 교수

지금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K팝 남성 그룹은 BTS, 최고 여성 그룹은 블랙핑크다. 블랙핑크는 최근 발매한 첫 정규 음반으로 미국 빌보드 음반 차트 2위에 오른 데 이어, 14일 팝스타의 영향력을 보여주는 ‘아티스트 100’ 차트에서도 1위에 올랐다. 2위는 BTS다.

두 그룹은 공통점만큼이나 대조적인 부분도 많다. 모두 무대 위 실력을 인정받아 정상에 올랐다. BTS는 데뷔 직후부터 케이콘 등 다양한 무대에서 박력 있고 화려한 퍼포먼스를 선보이며 해외 팬들의 입소문을 타는 데 성공했다. 2018~2019년에는 62차례 세계 순회 공연을 통해 102만명 관객을 동원하며 라이브 실력을 입증했다.

블랙핑크도 지난해 미국 코첼라 페스티벌을 비롯해 4개 대륙 23개 도시에서 32회 공연을 펼친 월드투어로 화제를 모았다. 멤버들의 개성과 실력이 확실해 주요 멤버 한둘에 의존하지 않고 파트 배분을 고르게 한다는 점도 두 그룹의 유사점이다.

/빌보드
/YG엔터테인먼트
블랙핑크의 첫 정규앨범‘디앨범’의 타이틀 곡‘러브식 걸즈’뮤직비디오의 한 장면. 이 앨범은 미국 빌보드 차트와 영국 오피셜 차트 모두 2위를 차지했다. /YG엔터테인먼트

반면 BTS가 기존 K팝 그룹들과의 차별화로 호소력을 발휘한 것과는 달리, 블랙핑크는 K팝의 성공 공식을 철저히 따르면서 성장했다. 중소 기획사 소속으로 마케팅과 홍보에 어려움을 겪은 BTS와 달리, 블랙핑크는 ‘3대 기획사’인 YG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 전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같은 소속사의 선배 걸그룹 투애니원(2NE1)의 인기를 그대로 흡수하는 행운을 얻기도 했다.

/빅히트

모두 한국인 멤버인 BTS와 달리 블랙핑크는 뉴질랜드 교포 2세인 로제와 태국인 멤버 리사가 활동한다. 특히 인스타 팔로워 4000만명을 보유한 리사는 동남아시아에서 엄청난 인기를 누리며 블랙핑크의 성공에 일조했다.

음악 스타일도 비슷한 듯하면서 다르다. 모두 힙합의 강렬한 비트를 바탕으로 전자음악과 팝, 록 등 다양한 장르를 결합했다. 하지만 BTS가 자신들 경험과 고민을 바탕으로 독자적 세계관을 보여줬다면, 블랙핑크는 어둡고 강한 ‘블랙’과 귀엽고 사랑스러운 ‘핑크’의 이미지를 모두 표현하는 음악을 해왔다. 덕분에 BTS가 자신들 세계관에 적극 공감하는 팬클럽 ‘아미(ARMY)’를 통해 탄탄한 팬덤을 만들었다면, 블랙핑크는 일반 대중에게 어필하는 데 성공했다.

BTS가 K팝의 새 가능성을 열어줬다면, 블랙핑크는 지금까지 쌓아온 K팝 음악 산업의 힘과 노하우를 증명한, 가히 ‘K팝 시스템의 정수(精髓)’라고 부를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