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 장로교는 어떻게 분화됐나
이번주는 개신교 주요 교단이 1년에 한 번 개최하는 총회 주간입니다. 지난 월요일에는 장로교 양대 교단으로 불리는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이 온라인 총회를 열었습니다. 코로나 사태 때문이지요. 예년엔 교단별로 3박 4일, 4박 5일씩 열던 총회를 한나절만에 그것도 지역별로 여러 곳에 분산돼 줌(ZOOM) 화상회의를 통해 온라인으로 개최하는 새로운 풍경이 연출됐죠. 예장 통합과 합동 교단의 올해 총회는 105회였습니다. 1세기를 넘긴 대단한 역사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개신교인이 아닌 독자들께서는 우선 용어부터 어려우시죠?
‘예수교’와 ‘기독교’는 뭐가 다르고, ‘합동’과 ‘통합’은 비슷한 뜻인 것 같은데 어떻게 다른지 말입니다. 실제로 종교 기사를 쓰다보면 주변에서 “개신교는 웬 교단이 그리 많으냐. 헷갈린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습니다. 개신교계에서는 “개신교 교단 수는 하나님도 모른다”는 농담이 있을 정도이니까요. 오늘은 개신교 교파 중 국내에 교인 수가 가장 많은 장로교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먼저 ‘예장’부터 말씀드리면 ‘대한예수교장로회’의 줄인말입니다. 길을 가다 보면 ‘대한예수교 장로회 교회’라는 간판을 많이 보실 겁니다. 이때 ‘대한예수교장로회’가 ‘예장’입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 교회’라는 간판도 보실 겁니다. ‘한국기독교장로회’는 줄여서 ‘기장’이라고합니다. 이들은 모두 장로교 교회입니다. 국내에선 1885년 언더우드 선교사가 한국에 오면서 시작된 개신교 교파입니다. 1884년 한국에 온 알렌도 장로교 선교사였지요. 한 뿌리에서 나온 교단들입니다.
◇ 장로교는 근대 대의민주주의 시작
얼마 전 박경수 장신대 교수가 번역한 ‘스코틀랜드 교회치리서’라는 책을 보면 1560~70년대 스코틀랜드 장로교회의 규칙(치리서)을 보면 얼마나 촘촘하게 장치를 마련했는지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심지어 교회 재산을 다루는 집사의 임기는 1년으로 제한하고, 목회자를 선출한 후에도 검증·승인 절차가 지독하다 싶을 정도입니다. 아마도 권력이 집중됐던 중세 가톨릭 교황제의 폐해를 막기 위한 장치였겠지요.
마르틴 루터의 종교개혁으로 시작된 개신교는 스위스 제네바의 칼뱅에 이르러 장로교회의 얼개를 갖추고 스코틀랜드에서 비로소 지금 우리가 부르는 이름인 ‘장로교’의 시스템이 정착됩니다. 장로교의 핵심은 ‘장로(長老)’라는 용어에 있습니다. 교회의 체계는 장로(엄밀한 의미에선 목사도 장로에 포함됩니다)들을 중심으로 대의제(代議制)를 채택했습니다. 오늘날 대의민주주의의 원조라고 할 수도 있겠지요. 당회(堂會), 노회(老會) 총회로 이어지는 의사소통 시스템도 스코틀랜드에서 정착됐습니다.
◇ 스코틀랜드 장로교, 미국 거쳐 한국에 전해져
이렇게 철저한 스코틀랜드 장로교가 신대륙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19세기말에 한국으로 전파된 것이죠. 재미있는 사실은 현재 한국에선 장로교가 개신교 전체 교인의 70% 수준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하지만 정작 미국에선 소수 교파라는 점입니다. 10년 전 통계를 보면 미국 개신교 교세는 침례교, 감리교, 루터교 그리고 한국에선 이단으로 분류되는 몰몬교(예수그리스도후기성도교회) 등이 장로교보다 교인수가 많습니다. 종교 인구 전체로 보면 이탈리아·아일랜드 출신 그리고 히스패닉이 중심이 된 가톨릭이 가장 많은 교인을 가지고 있지요.
현재 미국에선 개신교 중 소수인 장로교가 한국에선 가장 큰 교파가 됐다는 이야기는 130년 전 미국 장로교의 선교 열기가 대단했고, 한국에서 큰 결실을 이뤘다는 뜻이겠지요. 그렇다면 장로교는 한국에 온 이후 왜 이렇게 분화됐을까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개신교계에선 “교리 차이보다는 사회·정치적 원인이 크다”는 것이 정설처럼 돼있습니다.
◇ 장로교, 한국 개신교 절반
현재 개신교 양대 장자(長子) 교단으로 불리는 예장 통합과 합동은 1959년 WCC(세계교회협의회)가입을 놓고 나뉘었습니다. WCC엔 동구권 정교회도 회원으로 있었는데, 공산정권의 지원설과 에큐메니컬 운동(교회일치운동)에 대한 의견 차이가 벌어졌다고 합니다. 6·25 전쟁을 겪은 지 10년이 채 안 된 당시 시점을 감안하면 예민한 문제였겠지요. 결과적으로 ‘가입하자’는 쪽은 예장 통합, ‘가입하지 말자’는 쪽은 예장 합동으로 교단이 나뉘었습니다. 두 교단은 각각 300만 가까운 교인으로 한국 개신교 교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한국교회총연합 통계) 두 교단은 명칭도 ‘대한예수교 장로회 총회’로 같습니다. 다만 교계에선 구분을 위해 ‘합동측’ ‘통합측’이라고 부르지요. 두 교단의 올해 총회 회차도 똑같이 105회입니다.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의 대표적 목회자 양성 기관은 각각 총신대와 장로회신학대(장신대)입니다. 예장 통합의 대표적 교회는 새문안교회, 영락교회, 명성교회 등이 있고요, 예장 합동의 대표적 교회는 충현교회, 사랑의교회, 새에덴교회 등이 있습니다.
◇ 한국에 장로교 전해준 미국에선 정작 소수 교파
이보다 먼저 분리된 장로교 교단도 있습니다. 일제의 신사참배 강요를 끝까지 거부한 목회자들이 세운 ‘고려신학교’(고신대학교 전신)를 중심으로 한 ‘예장 고신’과 1953년 한국신학대학교(한신대 전신)를 중심으로 세워진 한국기독교장로회(기장) 등입니다. 기장 교단 목회자 중에는 김재준 문익환 강원용 목사 등이 있습니다. 엄격한 개신교 윤리를 강조하는 손봉호 전 서울대 교수는 고신 교단 장로입니다. 보수-진보의 기준으로 스펙트럼을 나눈다면 장로교 교단들은 일반적으로 고신 교단이 가장 보수적인 쪽에 속하고 예장 합동, 예장 통합, 기장의 순으로 진보적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개신교계에선 장로교 교단이 100여개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정확한 숫자는 교계에서도 잘 모릅니다. 교인들도 자신이 출석하는 교회가 어느 교단 소속인지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실 교단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얼마나 사회에 소금과 빛의 역할을 하는지가 더 중요하겠지요.
2020년 9월 16일 아침. 김한수 올림.
‘종교’라는 단어를 들으면 먼저 딱딱한 느낌이 드시죠? 그러나 딱딱한 겉모습 뒤엔 재미있고 감동적인 스토리도 많습니다. 종교가 가진 천(千)의 얼굴을 찾아가는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