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에서는 ‘우리는 죄는 미워할 수 있지만, 죄인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이것이 바로 다음 날 제가 빠르게 그에 대한 글을 올린 이유이고, 제가 혜민 스님의 기본적인 선함을 믿고 있다고 말한 이유입니다.”
지난달 15일 페이스북에서 ‘도둑놈’ ‘기생충’ ‘연예인’ 등의 원색적 용어로 혜민(47) 스님을 격하게 비난했다가 이튿날 모든 비난 글을 내리고 ‘사랑하는 아우님’이라 부르며 화해했음을 시사해 대중을 어리둥절하게 했던 현각(56) 스님. 현각 스님이 28일 본지에 편지를 보내 저간의 사정을 소상히 설명했다. 현재 독일에 머물고 있는 현각 스님은 이메일로 “두 번째 글과 관련해 오해가 있는 듯하다”며 자신이 혜민 스님을 비판했던 이유와 갑작스러운 화해 과정에 대해 설명했다.
당시 혜민 스님은 이른바 ‘남산뷰’ 서울 삼청동 자택이 TV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풀소유’ 논란에 휩싸인 때였다. 혜민 스님은 현각 스님의 비판 이후 11월 15일 밤 트위터와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든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하지만 이튿날 아침 현각 스님은 “오늘 새벽 혜민 스님과 70분간 통화했다”며 페이스북에 ‘사랑하는 아우님’이란 글을 올리며 두 사람이 화해했음을 시사한 바 있다.
현각 스님은 본지에 보낸 이메일에서 갑작스러운 화해의 이유로 ‘성전에서 환전상을 내쫓은 예수’와 ‘아이를 꾸짖는 부모의 사랑’을 각각 예로 들었다. 그는 ‘성전에서 환전상을 내쫓은 예수’ 예화에서 ‘뒷이야기’를 이해해야 한다고 했다. “가르침의 수행이 ‘사고팔기'로 오염되고 있다고 느꼈고, 그 사업이 다른 곳이 아닌 종교적인 수행을 하는 신성한 공간에서 이뤄졌으며,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개인적인 이익을 챙겼다는 점이 예수님을 격분시켰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현각 스님은 “그(혜민 스님)의 가르침은 점점 더 책 판매와 비싼 힐링 여행, 콘서트 티켓 판매와 자신을 과도한 금액을 받는 강연자로 파는 일로 연관되었고, 그 돈들은 상가(수행공동체)를 위해 사용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자기 개인의 목적을 위해 소유됐다”고 지적했다. 또 여러 해 동안 자신이 한국에서 ‘유명한 스님’으로서 겪었던 어려운 경험을 공유함으로써 혜민 스님의 실수를 미연에 방지하는 도움을 주고자 노력했지만 혜민 스님이 들으려 하지 않았다고도 말했다.
그는 혜민 스님과 통화한 뒤 ‘사랑하는 아우님'이라 부른 이유도 설명했다. “수화기에서 혜민 스님의 목소리는 떨렸고 거의 우는 듯했습니다. 그는 매우 고통스러운 혼란과 두려움을 경험하고 있었어요. 저는 그것을 느낄 수 있었고, 그 또한 제게 말했습니다. 저는 그의 기본적인 인간성을 느낄 수 있었어요. 제 마음은 그에게로 갔어요. 비록 저는 그가 개인적인 이익과 개인적인 풍요를 위해 다르마(부처님의 법)를 오용한 것에는 화가 났지만, 저는 또한 한 사람으로서 그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습니다.”
그는 “많은 사람들이 제가 올린 두 번째 글을 잘못 해석한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아마도 혜민 스님이 제게 돈을 주겠다고 해서 ‘마음을 바꿨다’라고까지 말한다”며 “하하하!! 이보다 더 진실과 동떨어진 얘기는 없을 것”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제가 매우 공개적으로 ‘성전 청소’를 했기 때문에, 혜민 스님이 스스로 자신을 회복할 수 있다고 믿고 있음을 보여주기 위해 그에 대한 저의 사랑과 연민을 공개적으로 밝히는 일이 중요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첫 번째 공개 표현에는 많은 실수가 있었다”며 “다음 날 저는 아주 빠르게 사람들에게 제가 여전히 혜민 스님을 사랑하며 스님에 대해 깊은 연민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림으로써 저의 대중적인 ‘실수’를 바로잡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현각 스님은 또 “부모가 때때로 아이들이 잘못된 일을 할 때, 강하게 훈계할 수도 있고 소리를 지를 수도 있지만 이런 행동은 사랑에서 오는 것이며 그 사랑은 변하지 않는다”며 “이것이 제가 모든 행동에서 보여주려고 했던 것”이라고 했다. 또 “저의 행동은 아주 분명한 기능이 있었고, 이제 그 기능은-적어도 저에게는-마무리되었다”며 “바라건대, 저의 사랑하는 동생인 혜민 스님, 아우님이 그것을 소화해서 더 좋고 강한 사람이 되기를 기원할 뿐”이라고 적었다.
현각 스님은 미국의 가톨릭 가정에서 태어났으며 예일대 대학원 재학 중 숭산(崇山·1927~2004) 스님을 만난 후 한국 선불교로 출가했다. 본지에 보낸 이메일 전문 역시 조만간 자신의 블로그(blog.mirrorofzen.com)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