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이 5일 오전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태고종

“저희는 약자입니다. 한국의 대표적 불교 종단인 조계종이 양보해서 크게 마음을 내서 선암사를 저희 태고종에 주시면 안될까요?”

한국불교태고종 총무원장 호명 스님은 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사간동 태고종 총무원에서 신년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렇게 말했다. 조계종과 태고종은 1960년대 각종 소송을 거치며 전국 대부분 사찰의 소유권을 조계종이 갖게 됐다. 태고종측에선 “빼앗겼다”고 주장한다. 오랜 역사를 가진 대부분 사찰은 조계종으로 넘어갔다. 그 와중에 마지막으로 남은 사찰이 전남 순천 선암사다. 태고종은 1960년대부터 선암사를 비운 적이 없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선암사는 태고종 스님들이 거주해왔다. 그래서 소유권은 조계종, 점유권은 태고종이라는 식의 ‘묘한 동거(同居)’가 반세기 이상 이어졌다.

호명 스님은 이날도 “태고종 입장에서 선암사는 사활이 걸린 사찰”이라며 “선원(禪院)과 강원(講院) 등 기본적인 교육을 위해 장소도 선암사 뿐이다”라고 말했다. 조계종과 송사도 계속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대법원이 선암사 ‘전통야생차체험관 건물 철거 소송’에 대해 1·2심과 달리 태고종의 손을 들어줬다. 현재 법원엔 ‘등기명의인표기변경등기말소’ 소송도 걸려 있다. 선암사에 대한 조계종의 소유권을 태고종측으로 돌려달라는 소송이다.

호명 스님은 이날 1914년 창간돼 한용운 스님도 발간에 참여했던 ‘월간 불교’ 잡지의 복간과 ‘한국 불교 신춘문예’ 등도 약속했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