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당우리교회의 송림본당. 이 교회는 2002년 창립 때 교회 건물 없이 분당 송림중고 강당을 빌려 주일예배를 드리며 시작했다. 사진은 코로나 이전 송림본당에서 예배를 마치고 나오는 신자들. /분당우리교회

분당우리교회(이찬수 담임목사)가 교회를 30개로 나눠 분립(分立)한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달 21일 주일예배 설교에서 ‘1만 성도 파송 계획’과 29개 교회가 자리 잡을 지역과 목회자 명단을 발표하고 이달부터 준비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인사와 재정이 완전히 독립되는 방식이다. 분당우리교회는 신자 2만명이 넘는 분당의 대표적 대형 교회 중 하나. 이 교회의 ‘나누기 실험’이 어떤 결실을 볼지 개신교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분당우리교회는 사랑의교회 부목사 출신인 이찬수(60) 목사가 2002년 5월 설립했다. 처음부터 건물 없이 분당 송림중고교 강당을 주일예배 때에만 빌려 쓰면서 시작했다. 그러나 이내 신자가 몰리기 시작했다. 1년에 4000~5000명씩 새 신자가 등록하는 경우도 있었다. 자신의 나약함을 그대로 털어놓으며 하나님과 성경 말씀에 집중하며 말씀의 실천을 강조하는 이 목사의 설교가 차츰 알려졌기 때문. 2만명을 넘어서자 이 교회는 더 이상 신자 등록을 받지 않았다.

분당우리교회 이찬수 목사. 이 목사는 "말이 앞설까 두렵다"며 언론 인터뷰를 극구사양한다. 이 사진도 저서 출간을 위해 촬영한 것이다. /규장출판사 제공

남 모르게 이웃을 돕는 사랑의 실천에도 앞장섰다. 사회복지법인, 긴급구호뱅크, 가평우리마을 등을 통해 소외된 이웃을 돕고 있다. 작년 3월 이 교회가 벌인 ‘작은 교회 월세 대납 운동’은 개신교계에서 큰 화제가 됐다. 교회는 당초 400개 교회 정도를 선정해 3개월간 월세 70만원씩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공지 후 이 교회 신자는 물론 해외 교민들까지 성금이 답지했다. 총 모금액은 32억8000만원. 교회는 지원 대상을 900곳, 지원 금액도 월 100만원씩 3개월로 늘렸다. 지원을 신청한 교회는 5000곳에 이르렀다. 제비뽑기에서 탈락한 4100개 교회에도 이 목사가 자필 편지와 함께 20만원어치 상품권을 보냈다.

이번 ‘1만 성도 파송 운동’은 9년 전인 2012년 태동했다. 그해 봄 이 목사는 새벽 기도 중 “네 교회만 커져가는 것이 옳으냐”는 하나님 음성을 들었다. 그해 7월 1일 주일예배에서 ‘화약 없는 총알’이란 설교를 통해 신자들에게 운동을 선포했다. 당시 이 교회 신자 2만명 중 절반 이상~4분의 3까지 각 지역에 세워질 교회로 파송하자는 운동이었다. 본격적인 준비는 코로나가 극성을 부리던 작년 시작됐다. 2021년 교회를 30개 교구로 나눠 1년간 교회 설립을 마치고 2022년엔 30개로 나뉜 교회가 출범하는 목표였다. 30개 교회의 목회자 중 절반은 분당우리교회 부목사, 절반은 외부에서 ‘타인 추천제’로 청빙하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분립 교회는 30곳에서 29곳으로 최종 결정됐고 분당우리교회까지 포함해 30곳이 됐다. 지역은 분당 6곳을 비롯해 서울 5곳, 수지 3곳, 기흥 3곳, 성남 2곳 등으로 흩어진다. 해당 교회로 옮겨가는 것은 전적으로 신자들의 자발적 선택에 맡기기로 했다.

경기 성남 분당 서현의 드림센터. 분당우리교회는 교육관으로 사용해온 이 건물도 신자들의 동의를 거쳐 미래 세대를 위해 사회에 환원하기로 했다. /분당우리교회

1만 성도 파송 운동의 정신은 이찬수 목사의 지난해 2월 설교에 오롯이 담겨 있다. 그는 “작은 교회, 미자립 교회가 저렇게 많은데 우리 교회에 신자들이 몰리는 것은 건강하지 않다”며 “분립되는 교회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다. 분립 교회 이름에 ‘우리’라는 단어도 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해당 지역의 작은 교회·미자립 교회를 섬기고 협력할 수 있는 상생 방안을 마련한 후에 분립 교회가 들어간다는 원칙도 세웠다. 이 목사는 “분립 이후, 현재의 분당우리교회 신자가 5000명 이하로 줄지 않으면 사임하겠다”는 각오다. 또한 현재 송림중고교 강당과 함께 예배처소로 쓰고 있는 지하 5층, 지상 11층 규모 ‘드림센터’도 사회에 환원해 다음 세대의 취업과 기술 교육, 창업 등을 지원하는 장소가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찬수 목사는 지난 11일 주일예배 설교에서도 “교회에 모이는 사람 숫자로 건강성을 따지면 안 된다”며 “사회의 어려운 이웃에게 ‘십자가 그늘’을 제공하는 교회가 되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