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주교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은 ‘생명 주일’(5월 2일)을 앞두고 발표한 담화문을 통해 “여성가족부가 추진하는 ‘비혼 동거’ ‘사실혼’의 ‘법적 가족 범위 확대 정책’은 오랫동안 우리 사회에서 보편적 가치로 여겨졌던 것과는 매우 다르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서울대교구 생명위원장을 겸하고 있는 염 추기경은 이날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가르침’이라는 제목의 담화문을 통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염 추기경은 “지난해 국회에 발의된 차별금지법안과 초등학생 대상 성교육 교재 배포 등 몇몇 사건을 계기로 성소수자, 동성애, 혼인의 의미 등 인간의 성(性)을 둘러싼 많은 논란이 있었다”며 “여성가족부의 가족 범위 확대 정책은 가정과 혼인에 관한 가톨릭교회의 신앙, 윤리관과 어긋난다”고 말했다. 그는 “‘젠더 이데올로기'는 남녀의 생물학적인 성의 구별을 거부하고 자신의 성별과 성적 지향을 선택할 수 있다고 여기는 이념”이라며 “이는 인간을 남자와 여자로 다르게 창조하시고 서로 협력하며 조화를 이루게 하신 창조주의 섭리를 거스른다”고 말했다. 또 “동성애로 이해되는 ‘비혼 동거’와 ‘사실혼’을 법적 가족 개념에 포함하는 것도 평생을 건 부부의 일치와 사랑, 그리고 자녀 출산과 양육이라는 가정의 고유한 개념과 소명을 훼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염 추기경은 다만 “사람이 인종, 출신 국가, 성별, 피부색, 종교 등은 물론 동성애와 같은 ‘성적 지향’이나 ‘성별 정체성’ 등을 이유로 부당한 차별이나 폭력적인 언사나 행동을 당해서는 안 된다”면서도 “그러나 인간의 존엄성에 근거한 부당한 차별의 반대를 동성혼 등을 용인하는 것으로 오해해서도 안 된다”고 말했다.
염 추기경의 이번 담화는 지난해 10월 한 다큐 영화를 통해 프란치스코 교황이 동성 결혼을 용인하는 듯 말한 것으로 오해된 해프닝과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당시 다큐를 통해 동성 결혼을 용인하는 것처럼 말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후 교황청은 “악마의 편집”이라며 관련 내용을 전면 부인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