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가면 백두산은 ‘중국 산 장백산’으로 굳어질 수 있다.”
중국이 동북공정에 이어 다시 역사 침탈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른바 ‘백두산공정’을 심화시켜 ‘장백산(백두산의 중국식 명칭)은 역사적으로 중국 역대 왕조의 영토였으며 중화 문화권에 속하는 산’이라는 논리를 확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경대 백두산연구센터는 최근 개최한 설립 기념 학술대회 ‘한민족 성산의 위기: 백두산의 현재와 미래’를 통해 이와 같이 밝혔다. 중국은 금나라와 청나라가 백두산에 제례를 지낸 유적지 등 관광 자원의 개발에 나서는 한편, ‘장백산'의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단독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윤휘탁(한경대 교수·중국현대사 전공) 센터장은 “중국은 1998년 이후 문서와 지도의 ‘백두산’ 명칭을 중국식 명칭인 ‘장백산’으로 모두 바꿨고, 2005년 지린(吉林)성 직속 특구 ‘장백산보호개발구’를 설치해 백두산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후 중국은 ‘장백산문화건설공정’(백두산공정)을 통해 백두산을 세계적 관광지로 조성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장백산 문화론’을 통해 ‘장백산이 역사적으로 중국의 산’이라는 논리 개발과 전파에 나섰다는 것이다.
‘백두산공정’은 고구려 등 한국 역사를 중국사의 일부로 왜곡했던 기존의 동북공정이 경제개발과 결합된 형태다. 배성준 전 동북아역사재단 연구위원은 “중국은 장백산 문화에 대해 ‘장백산 지역에서 숙신족계와 예맥족계 문화를 기초로 하고 중화 문화를 주체로 해서 여러 민족이 공동으로 만들어낸 지역 문화’라고 규정한다”고 했다.
중국은 또한 ‘중원 왕조의 백두산 지역 통치가 전국시대 연(燕)나라 때(기원전 4세기)부터 지속됐다’며, 장백산문화론의 범주는 ‘장백산’을 중심으로 중국 동북 지역과 한반도 북부를 포괄한다고 주장한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한족(漢族) 정부가 백두산 인근을 관할하게 된 것이 20세기 초 중화민국 수립 이후라는 기존 역사적 상식과 어긋나는 것이다.
윤휘탁 센터장은 중국이 장백산 문화론을 위해 여진족의 조상이 백두산에서 탄생했다는 ‘만주족 성산론’을 확산하면서, 백두산 인근에 ‘청조문화원’(지린성 둔화시), 여진부족 유적지인 ‘눌은고성’(푸쑹현), ‘보마성 유적지’(안투현) 등 백두산과 만주족을 연결시킨 유적지를 관광지로 조성하고 있다고 했다. 보마성 유적지에는 120억위안(약 2조800억원)을 투입해 여진족이 세운 금(金) 왕조가 백두산에 제례를 지낸 제단 유적을 복원 중이다. 바이산시의 ‘장백산 만족(滿族) 문화박물관’은 아예 한국인의 참관을 거부하고 있다.
윤 센터장은 “중국이 백두산을 ‘장백산’이란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단독 등재한다면 국제사회에서 ‘백두산’이란 명칭은 사라질 우려가 있고, 우리 사회에 동북공정 이상의 충격을 가져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내년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계기로 ‘장백산이 중국의 산’이라는 선전에 나설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그는 “백두산이 현재 중국과 북한 양국의 국경에 있으며 역사와 신화를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배려하지 않은 일방적이고 배타적인 문화 주도권 논리”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