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입적한 법정(法頂) 스님이 남긴 미발표 육필 원고가 책으로 나온다. ‘진리와 자유의 길’. 1987년 송광사 수련회 참가자를 위해 직접 쓴 원고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법정 스님은 1980~1991년 송광사 수련원장을 지냈다. 휴가철 송광사 수련회에 참가하는 일반인들에게 불교의 기본을 일러주는 수련회였다. 당시만 해도 일반인이 이해하기 쉬운 교재가 없었기에 스님이 직접 원고를 써서 수련자들에게 배포한 것.
이 때문에 ‘진리와 자유의 길’은 법정 스님의 에세이나 경전 번역과는 결이 다르다. 학술적이다. 책 구성도 ‘부처님의 생애와 사상’ ‘근본불교’ ‘초기 경전 이야기’ ‘붓다 석가모니, 깨달음의 내용’ ‘대승 경전 이야기’ 등 역사를 훑은 후 ‘선(禪)’으로 마무리한다. 책을 내게 된 계기는 법정 스님이 오래 머물렀던 송광사 불일암에서 육필 원고가 발견됐기 때문. 맏상좌이자 법정 스님이 이끌었던 시민 단체 ‘맑고향기롭게’ 이사장인 덕조 스님은 “일반적으로 알려진 법정 스님의 책과는 다르게 불교의 핵심을 다룬 내용인데, 당시 수련회 참가자들에게 배포했을 뿐 책으로 엮이지 않아 이번에 책으로 묶게 됐다”고 말했다. 내용은 학술적이지만 법정 스님답게 불교가 탄생한 역사적·시대적 배경부터 붓다가 열반한 후 소승·대승이 나뉜 과정 등을 알기 쉽게 설명한다. 신화화·신격화 없이 붓다의 가르침 요체를 제대로 공부하자는 것이다.
설명은 쉽지만, 법정 스님은 서문에서 특유의 ‘까칠함’을 숨기지 않는다. 부처님오신날 법당 앞 연등 풍경에 대한 일침이다. 스님은 “초파일 밤이면 법당 앞에만 비집고 서로 등을 달려는 신심(信心)들을 보는데, 등이란 어둠을 밝히는 것이지 불상 앞에만 걸어 두자는 것은 아니다. 어느 절이나 법당 앞과는 달리 법당 뒤는 마냥 깜깜하다. 등은 절간보다도 거리나 어두운 길목에 켜서 여러 중생의 발부리를 밝혀 주는 일이 널리 일어났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