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쓰고 백신 맞는 부처님, 핸드폰 셀카 찍는 부처님, 아기 돌보는 부처님, 휠체어 탄 부처님….
부처님 100명이 전시장 봄나들이에 나선다. 서울 인사동 노화랑에서 부처님오신날(19일) 개막해 6월 8일까지 열리는 황주리 작가의 ‘그대 안의 붓다’전이다.
황 작가는 우리의 일상을 화사한 색채에 담아낸 ‘스토리가 있는 작품’으로 유명한 화가. 붓다 그림은 작가 인생에서 처음 발표하는 것이다. 그는 원래 불자(佛子)가 아니었다. 외할머니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였다. 붓다와 첫 인연은 2008년. 한 방송사 여행 프로그램 진행을 위해 스리랑카에 한 달가량 머물며 불상의 매력에 눈떴다. 귀국 후 큰 자갈돌에 붓다를 그려봤다. 왠지 끌렸다. 이후 10년간 붓다를 그렸다. 붓다를 그리면서 많은 위로를 받았다. 특히 가까운 이들과 반려견을 잃었을 때 그랬다. 그렇게 그린 그림을 다 합하면 그림 속 붓다는 모두 1000명쯤 된다. 틈틈이 태국, 라오스, 미얀마 등으로 불상을 보러 여행하기도 했다. 그렇게 10년을 그리다 보니 우리의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을 재발견하게 됐다. 먼 길을 돌아 우리 유물의 가치를 새삼 다시 보게 된 것. 그래서 전시작 중에는 반가사유상을 변주한 그림이 가장 많다.
그가 그린 붓다는 법당 안에 가부좌 틀고 앉은 신앙의 대상이 아니다. 하루하루 열심히 살아가는 각자의 자화상이자 이웃의 초상이며, 서로 상처를 위로해주는 보살이기도 하다. 반려견을 먼저 떠나보내고 슬퍼하는 ‘개아범’이자, 전쟁 같은 일상 중에 커피 한 잔으로 행복해하는 소시민이다. 작가는 전시도록 서문에서 “앙코르와트 박물관의 천 불상들이 그 동네 농부들의 얼굴이듯 내가 그린 모던 붓다들은 바로 나 자신의 자화상, 우리 모두의 자화상, ‘그대 안의 붓다’들이다”라고 말했다.
캔버스는 물론이고 돌자갈과 접시에까지 그렸다. 그의 어머니가 딸 혼수용으로 수십년 전 귀하게 장만한 접시와 오래된 쟁반까지 붓다에게 선물했다. 수년 전부터는 페이스북에 거의 매일 한두 점씩 소개하다가 이번엔 본격적으로 전시까지 열게 된 것. 붓다를 소재로 그림을 그리게 되면서 생활의 변화도 생겼다. 아침마다 유튜브로 스님들 법문을 듣게 된 것. 그렇다고 특정 사찰에 신도로 등록하고 법회에 참석하는 불자는 아니다. 불교의 분위기를 좋아하고 일상에서 붓다의 가르침을 되새기는 ‘불교를 좋아하는 작가’ 정도이다. 지금도 붓다 그림은 저녁 식사 후 어머니와 이야기하며 ‘노닥거리는 시간’에 그린다고 한다. 황 작가는 “붓다를 그리는 시간은 마음이 쉬는 시간”이라고 했다. 그런 과정 전체를 구순의 어머니가 흐뭇해한다고 했다. 마음 쉬는 시간의 편안함과 위로가 모든 작품에 배어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