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빌의 ‘조선왕국전도’에서 독도(붉은 점선 안)를 ‘찬찬타오’란 이름으로 표기한 부분. /서울역사박물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 시각) 스페인 마드리드 상원도서관에서 열람한 ‘조선왕국전도’<본지 18일 자 A10면>의 조선 섬은 독도가 맞는 것일까? 문 대통령이 이 지도를 보고 “독도가 한국의 영토임을 보여주는 소중한 사료”라고 말한 것에 대해 지난 17일 일본 자민당에선 “다케시마(일본이 독도를 부르는 명칭)와는 아주 다른 것이며, 한국의 상투적 수단”이라는 반론이 나왔다.

지도상의 독도는 한반도 동해안에 바싹 붙어 있고 울릉도 동쪽이 아닌 서쪽에 그려진 데다 찬찬타오(Tchian-chan tao)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표기돼 있다. 그러나 이 섬은 “분명한 독도”라는 것이 국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프랑스의 지리학자 장 바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이 1737년 제작한 이 지도는 독도 연구자들에게 잘 알려진 자료로, 스페인 상원 도서관 소장본이 유일본은 아니며 국내 박물관에도 있다.

당시 지도는 근대적 측량 이전 시절이어서 기존 자료에 많이 의존했다. ‘세종실록지리지’ ‘신증동국여지승람’ 등 조선 지리서를 바탕으로 조선 지도들이 제작됐고, 이를 바탕으로 중국의 ‘황여전람도’(1717)가 나왔으며, ’황여전람도'를 바탕으로 당빌이 ‘조선왕국전도’를 그린 것이다.

이 과정에서 독도의 옛 이름인 우산도(于山島)가 글자가 비슷한 천산도(千山島)나 간산도(干山島)로 잘못 필사되는 경우가 있었다. ‘조선왕국전도’의 ‘찬찬타오’는 ‘천산도’를 중국 발음으로 읽은 것이다. 당시 조선 지리서에는 ‘우산도가 울릉도와 멀지 않다’고만 기록했고 방향 정보를 싣지 않았기 때문에 17세기까지는 우산도(독도)를 울릉도의 서쪽이나 남·북쪽에 육지에 가깝게 잘못 그리는 일이 있었다. 이기봉 국립중앙도서관 학예연구사는 “일본 측의 반응은 고(古)지도에 대한 기본적 이해가 없어서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18세기 정상기 등의 지도에서부터 우산도는 울릉도의 동쪽에 있는 섬으로 그려지게 됐다. 반면 일본의 고지도는 울릉도·독도를 일본 영토로 표시하지 않았다. 안용복 사건으로 불거진 1696년 조선·일본의 ‘울릉도 쟁계(국경 조약)’ 결과 울릉도와 독도가 조선 영토라는 사실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