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가 큰 사람에게 맞는 관이 없어서였을까, 1500년 전의 ‘키다리 유골’은 작은 관에 억지로 넣어진 듯 고개를 돌린 모습으로 세상에 나타났다.
현재까지 확인된 삼국시대의 유골 중 최장신(最長身)인 키 180㎝의 인골이 발굴됐다. 한국문화재재단은 경북 경주시 탑동 28-1의 5~6세기 신라 고분 24기를 조사한 결과, 덧널무덤(목곽묘) 2호분에서 이 인골을 찾아냈다고 15일 밝혔다.
이 인골은 지금까지 삼국시대 무덤에서 조사된 인골의 평균 신장인 165㎝보다 훨씬 키가 크며, 보존 상태도 좋았다. 드러난 인골의 길이는 175㎝ 정도지만, 턱이 가슴 쪽으로 당겨서 매장된 상태라서 실제 키는 180㎝ 정도였고 몸집도 컸을 것이라고 재단 측은 밝혔다.
‘삼국사기’에 백제 25대 무령왕의 키가 8척(약 184㎝)이라고 적혀 있는 등 기록상으로는 삼국시대 장신의 예가 나오지만, 무덤 발굴 결과 보존 상태가 좋지 않아 확인되지는 않았다. 이번에 발굴된 유골은 땅이 물이 흐르는 지역이었기 때문에 습기가 차 보존 상태가 좋은데, 이 정도로 부패하지 않고 남아있는 경우는 드물다.
형질인류학적 조사 결과 이 인골은 디스크 환자에게서 나타나는 척추 변형(만곡)을 지니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재단 측은 “육체 노동을 많이 해서 신체 변화가 있었을 수도 있고, 시신을 관에 넣는 과정에서 변형이 됐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관을 시신에 맞춘 게 아니라 시신을 기성품 관에 맞춰 넣은 것으로 보이는데, 얼굴도 하늘을 보는 상태가 아니라 동쪽을 향하고 있었다. 한마디로 작은 관에 집어넣기 위해 시신을 일부러 비정장적인 자세로 매장했다는 것이다.
또한 유골의 대퇴골(넓적다리뼈) 위쪽에서 개뼈로 추정되는 짐승 뼈가 함께 나와 개를 같이 묻었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토기 등이 부장품으로 발굴되긴 했지만 직업을 확실히 알 수 있는 유물은 나오지 않았다. 앞으로 고고학 조사와 병리학적 연구를 통해 피장자가 무슨 일을 했는지 밝히고 얼굴 복원도 진행할 예정이다.
탑동은 기원전 1세기~6세기까지 무덤이 조성된 신라의 주요 무덤군이다. 대릉원처럼 왕이나 상층 귀족의 무덤은 아니고 그보다 신분이 낮은 중·하층 귀족의 무덤인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