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1년 1월, 조선 정부의 외교 담당 고문이었던 오웬 니커슨 데니(1838~1900)는 4년 동안의 근무를 마치고 미국으로 돌아가게 됐다. 데니는 조선이 다른 나라와 불리하게 통상 조약을 맺지 않도록 조언했고 “자주독립국인 조선이 청나라의 내정 간섭을 받는 것은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청나라의 미움을 산 데니는 결국 조선을 떠나게 됐는데, 국왕 고종은 그에게 깃발 하나를 선물하며 안타까운 마음을 전했다. 그것은 태극기였다.

데니 태극기(1890년 무렵).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실물 태극기다. /문화재청

이 태극기가 보물이 된다. 문화재청은 ‘데니 태극기’ 등 태극기 유물 3점을 보물로 지정 예고한다고 12일 밝혔다. 가로 262㎝, 세로 182.5㎝ 크기인 이 태극기는 데니의 후손이 1981년 한국에 기증해 현재 국립중앙박물관이 보관하고 있으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실물 태극기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태극기는 미국 스미스소니언 박물관 소장 주이 태극기(1884)다.

서울 진관사 태극기(1919년 무렵). 3·1 운동 당시의 태극기다. /문화재청

함께 보물로 지정 예고된 ‘서울 진관사 태극기’는 3·1 운동이 일어난 1919년 무렵 제작된 것으로 추정되며, 2009년 서울 진관사에서 독립신문 등과 함께 발견됐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는 1941년 3월 16일 대한민국임시정부 김구 주석이 독립 의지를 담은 글귀를 적어 벨기에 신부 매우사(샤를 메우스)에게 준 것이다.

김구 서명문 태극기(1941년). 대한민국 독립 의지를 담은 글귀가 적혀 있다.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