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7월 확진자가 1000명대 급증하며 방역단계가 높아지자 온라인 예배로 전환한 여의도순복음교회(왼쪽). 오른쪽 사진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4월 부활절연합예배가 열린 여의도순복음교회. /뉴시스-오종찬 기자

11월부터 단계별 일상회복이 가시화되면서 종교계의 ‘위드 코로나’ 풍경이 어떨지도 관심을 끕니다. 한마디로 ‘신자들이 돌아올까’라는 질문이지요.

국내 종교계에도 코로나는 초대형 태풍이었습니다. 확산세에 따라 종교 행사 참석 인원 기준이 오르락내리락 했고, 때때로 종교계가 확산의 주범으로 비판받기도 했습니다. 세계 최대의 단일 교회인 여의도순복음교회에는 방역 단계가 변경될 때마다 국내외 언론이 몰려 좌석이 비어있는 예배 사진을 전송하기도 했지요.

어쨌든 이제 11월부터는 단계적으로 종교행사 참석 인원 제한도 풀릴 것으로 보입니다. 확산세가 잘 관리된다면 내년부터는 종교계도 정상적인 신앙생활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문제는 작년 1월부터 1년 9개월 동안 ‘모이지 않는 습관’이 든 신자들이 다시 교회, 사찰, 성당으로 돌아올지 여부입니다. 코로나 19는 과거의 재난과는 달랐습니다. 과거 천재지변 등 재난이 있으면 종교기관으로 더 모였지만 감염병은 모이는 것을 막았습니다. 코로나 초기엔 ‘왜 종교생활의 자유를 막느냐’는 반응이 많았습니다. 평생에 걸쳐 ‘모이는 습관’이 배었기 때문이었지요. 그러나 1년 9개월 동안 이제는 ‘모이지 않는 습관’이 들었습니다. ‘모이는 습관’을 버리기도 어려웠지만 ‘다시 모이는 습관’을 몸에 배게 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습관의 힘은 큽니다. 코로나 와중에 사라진 회식이 다시 시작돼 1,2,3차 노래방까지 이어질까요? 골프 업계의 최대 호황은 계속 이어질까요? 배달음식과 택배는 어떨까요? ‘코로나 시대 습관’이 이어질 것이란 분석과 코로나 이전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전망이 엇갈리지요. 전문가들도 겪어보지 못한 사태이기에 누구도 ‘포스트 코로나 시대 풍경’을 단언하기 어려울 것입니다.

2020년 3월 미사가 중단됐을 당시 명동성당 모습(왼쪽)과 2018년 성탄미사 당시 명동성당 마당까지 꽉 채운 신자 행렬. /고운호-이태경 기자

종교계 안팎의 전망은 엇갈립니다. 그러나 현재로선 부정적 전망이 더 많습니다. 21세기 들어 국내 종교계는 신자수 감소라는 공통의 어려움을 겪고 있던 차에 코로나 위기가 덮쳤기 때문이지요. 지난 2015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는 조사를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종교가 있다’는 응답이 절반 이하로 떨어지는 일도 벌어졌습니다.

부정적 전망을 보여주는 조사 결과도 있습니다. 지난 8월 개신교 연구기관인 목회데이터연구소 조사 결과는 평신도와 목회자들이 느끼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 전망을 보여줍니다. 평신도들은 ‘코로나 종식 이후 예전처럼 주일 현장 예배에 참석하겠다’는 비율이 78%였습니다. 현장 목회자들은 ‘교인이 감소할 것 같다’는 응답이 57%였지요. 또 예상 감소폭도 1년 전 20%에서 27%로 불안감이 늘었습니다. 목회자들은 또 ‘코로나 이후 한번도 예배에 나오지 않은 교인’이 20%에 이른다고 답했습니다. 코로나 종식 이후 가장 역점을 둘 중점 사항으로 목회자들은 ‘주일 현장 예배’라고 한 응답이 45%에 이릅니다. 반면 평신도들은 38%가 ‘온라인 시스템 구축과 콘텐츠 개발’이라고 답했습니다. 목회자와 평신도의 희망이 엇갈리고 있는 것입니다.

천주교 조사도 주목할 만합니다. 지난 4월 의정부교구가 우리신학연구소에 의뢰해 사제, 수도자, 평신도 19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였지요. 이 조사에서 ‘팬데믹 이후 교회 전망’ 항목에 ‘점차 이전의 일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응답은 50.2% 였지만 ‘이전과 다른 모습으로 점차 변화’라는 응답도 45.8%에 이르렀습니다.

가톨릭신문사와 우리신학연구소가 지난 8~9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팬데믹 이후에도 중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목 활동 1순위’로 ‘본당(성당)의 역할에 대한 새로운 모색과 탐구’(32.4%)가 ‘전례 중심에서 일상 중심의 신앙생활로 전환’(29.2%)보다 높은 응답을 받았습니다. 이 조사에서는 또 ‘코로나 이후 기후위기나 생태문제에 더 관심이 생겼다’는 응답이 87.7%에 이르러 코로나가 기후·생태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는 계기가 됐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직 ‘위드 코로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는 않았지만 몇가지 미리 예상해볼 수 있는 점도 있겠습니다. 우선 앞으로 종교행사의 온·오프라인 병행은 거스를 수 없는 현상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개신교, 천주교는 물론 심지어 IT와는 거리가 멀어보였던 불교 사찰들도 유튜브로 법회와 예불을 중계할 정도가 됐지요.

2020년 2월 코로나가 대구경북지역에 확산하자 산문을 폐쇄하고 선제 예방에 나선 해인사 대적광전 앞마당 풍경(왼쪽)과 2012년 팔만대장경 이운행사 당시의 대적광전 앞 풍경. 해인사는 코로나를 계기로 유튜브 방송을 시작했다. /해인사-합천군 제공

한편, 새로운 현상도 등장할 것으로 전망됩니다. 조성돈 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최근 ‘목회와 신학’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개신교 교회의 경우엔 ‘교회 합병’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고 합니다. 교회 건물은 있는데 신자가 고령화하고 감소한 교회와 젊은 신자들이 있는데 건물은 없는 교회가 하나로 합하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지요. 또 신자가 적어 유지가 어려운 작은 교회가 중형교회에 흡수 합병을 요청하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코로나 상황에서 시작된 종교계의 이웃사랑과 나눔을 더욱 발전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종교계는 ‘선한 소비 운동’ 등을 벌여 신자들이 전통시장을 찾아 물건을 구매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지역의 자영업자들을 돕기 위해 쿠폰이나 지역화폐와 지역상품권을 나누기도 했습니다. 여의도순복음교회 이영훈 목사는 최근 회의에서 “위드 코로나가 되면 무엇보다 주변의 어려운 이웃들을 더 돌아보고 이들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으로 품는 사랑의 봉사가 더 활발해져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지요.

조성돈 교수는 “신자들 입장에선 내 헌금이 어떻게 쓰여지는가도 위드 코로나 시대에 중요한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위드 코로나 시대가 되어도 신자들이 직접적으로 구제활동에 나서기 힘든만큼 자신들의 헌금이나 시주가 고통받는 어려운 이웃에게 투명하게 쓰여진다면 보람을 느끼며 종교기관에 대한 신뢰를 높이고 신앙심도 공고히 해줄 것이라는 것이지요.

모두가 어려운 코로나 시대. 종교계가 앞장서 본질을 회복하고 상처입고 어려운 이웃을 보듬으며 사회에 위안을 주는 모습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