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나들이 소원을 무료로 도와드리는 ‘발’이 되겠습니다.”
개신교 가정 사역 전문 기관 하이패밀리 대표 송길원 목사가 ‘앰뷸런스 소원재단(이하 소원재단)’을 발족한다. 오는 9일 공식 발족할 소원재단이 할 일은 간단하다. 바닷가, 갈대밭, 미술관,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장 등 말기 환자가 마지막으로 가보고 싶은 곳이 있지만 가족 등 주위 사람들이 모시고 갈 상황이 아닌 경우에 소원재단이 대신 앰뷸런스에 태워 나들이를 돕는 것이다. 소원재단은 최근 승합차 내부에 침대형 의자를 배치하고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앰뷸런스도 1대 마련했다.
송 목사는 개신교계에선 드물게 ‘가정 사역’ 분야를 개척해온 목회자. 일상생활 전반을 개신교 신앙인답게 바꾸자는 운동이다. 최근에는 행복하고 의미 있는 죽음과 장례 문화 보급에 앞장서고 있다. 지난해 12월엔 경기 양평 하이패밀리 건물을 임시 장례식장으로 꾸며 고인(故人)과 자손들의 행복했던 시절을 촬영한 사진을 전시하고 ‘메모리얼 테이블’ 위엔 국화 대신 고인이 쓰던 효자손을 올려놓는 등 새로운 방식의 장례 문화를 선보여 화제가 되기도 했다. 양부모에게 학대받다 숨진 정인이의 수목장도 하이패밀리에 있다. 소원재단을 구상하게 된 것도 말기 환자들의 임종을 겪으면서 느낀 점 때문이다.
“말기 환자들의 소원은 거창한 것이 아니더군요. 그저 좋은 추억이 깃든 장소나 평소에 가보지 못한 곳에 나들이하고 싶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러나 주변 사정이 여의치 않은 경우가 많아서 안타까웠습니다.”
해외 사례를 연구하다가 네덜란드에서 앰뷸런스 소원재단의 모델을 발견했다. 현재 네덜란드를 비롯한 유럽 13국과 일본 등에선 앰뷸런스 소원재단이 활동하고 있다고 한다. 하이패밀리 이사인 재미 사업가 장범씨의 도움으로 네덜란드 재단과 MOU를 맺고 운영 노하우도 전수받았다. 환자를 태우고 소원 장소까지 다녀오는 일은 전현직 소방관들이 자원봉사로 나설 예정. 서울대병원을 비롯한 의료 기관과도 협력할 계획이다.
지난주엔 송 목사 스스로 환자가 되어 침대 의자에 누워 경기 양평에서 서울 예술의전당까지 다녀오기도 했다. 송 목사는 “예술의전당 입구에 주차했더니 ‘이게 무슨 차인가’하고 궁금해하는 분이 많았다”며 “이런 활동이 국내에선 처음이어서 법률적 문제 등 해결하고 보완해야 할 점도 많다”고 했다.
현재는 차가 한 대뿐이어서 대상자 선정은 신중하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아직 코로나 유행이 끝나지 않은 상황도 감안했다. 전화(1855-1109)와 이메일(admin@hifamily.net), 편지 등으로 사연을 접수해 의료진과 변호사 등의 조언과 심사를 거쳐 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송 목사는 “말기 환자들이 생애 이력서의 마지막 한 줄을 행복한 기억으로 기록했으면 좋겠다”며 “우선 앰뷸런스 1대로 경기 양평에서 시작하지만 전국적으로 확산해 많은 분의 마지막 나들이를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