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국과 일본의 역사 왜곡이 더 심해졌는데, 우리는 오히려 ‘동아시아사’ 과목을 폐지한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
역사학계가 “교육부가 고교 ‘동아시아사’ 과목을 사실상 폐지하려 한다”며 이에 반대하고 나섰다. 동양사학회, 중국고중세사학회, 송원사학회, 명청사학회, 중국근현대사학회, 일본사학회 등 동양사 분야 6개 학술단체는 최근 성명을 내고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동아시아사’ 과목을 폐지하려는 교육부의 독단적 결정을 강력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동아시아사’는 2007 개정 교육과정부터 고교 정식 과목이 됐다. 당시 일본은 독도 영유권을 주장하고 중국은 고구려사를 자국사에 포함시키는 동북공정을 추진하는 등 주변국의 역사 왜곡이 심각하게 불거질 때였고, ‘한국사’라는 단일 국가의 좁은 시야를 벗어나 동아시아 역사 전체를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동아시아사’가 개설됐었다. 정부가 교육부 산하에 새로운 역사 연구·홍보 기관인 ‘동북아역사재단’을 설립한 것도 이 때였다. ‘동아시아사’는 2015 개정 교육과정에서도 학생들의 선택 과목으로 수능 과목 중의 하나였다.

그런데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 큰 변화가 생겼다. 지난달 8일과 22일에 열린 공청회에서 교육부는 고교 교과목 구성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밝혔고, 이후 역사 과목의 경우 ①공통과목 ‘한국사’ ②일반 선택 ‘세계사’ ③진로 선택 ‘동아시아사 주제 탐구’ ④융합 선택 ‘역사로 탐구하는 현대 세계’로 하겠다고 했다. ③과 ④는 수능 선택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있다. 별다른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동아시아사’ 과목이 사실상 사라져 버리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에 대해 동양사학회 등은 성명서를 통해 “미래 세대에게 자국사 중심의 편협한 역사 인식을 벗어나 누구나 동의할 수 있는 합리적이고 객관적인 역사관을 키워줄 ‘동아시아사’를 고등학교 역사과 과목으로 개설한 것”이라고 했다.
이어 “문제는 21세기에 들어와 본격화된 동아시아의 역사 전쟁이 중국의 팽창적인 ‘대국굴기’ 정책과 일본의 편협한 대외정책으로 인해 더욱 심화되는 데 있다”며 “비록 느리더라도 근본적인 문제 해결의 열쇠는 미래 세대를 대상으로 동아시아 전체를 시·공간적으로 아우를 수 있는 폭넓은 역사적 시각과 동아시아사라는 지역과 공존하는 공동체에 대한 미래지향적인 인식의 확산에 있다”고 했다. 또 “이제 그 파급효과가 ‘동아시아사’를 교육 받은 세대의 확산과 관련 연구로 가시화되는 국면이었다”고 했다.
이들은 “바로 이러한 즈음에 교육부의 ‘동아시아사’ 폐지와 수능 과목에서의 배제 결정은 몰역사적인 행정 편의주의이자 채택 후 15년이 지나면서 분명히 열매를 맺기 시작하는 역사적 흐름에 대한 퇴행적 조치”라며 비판했다. ‘동아시아사’의 폐지를 반대하며, 지난 15년 동안 축적된 교과목의 가치 회복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 관계자는 “동아시아사 과목이 폐지되는 것이 아니라, ‘진로 선택’ 과목 중 ‘동아시아사 주제 탐구’로 유지되는 것”이라며 “수능 선택과목에 포함될지 여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