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두 점이 경매에 출품됐다. 국가지정문화재 중 최상급 문화재인 국보가 경매에 나온 것은 처음이다. 케이옥션은 오는 27일 열리는 메이저 경매에 간송미술관 소장 국보 ‘계미명 금동 삼존불 입상’(옛 국보 번호 72호)과 ‘금동 삼존불감’(73호)을 출품한다고 14일 밝혔다.
케이옥션 관계자는 “시작가는 72호가 32억~45억원, 73호가 28억~40억원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국보·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가 개인 소장품인 경우 국외에 반출하지 않고 소유자 변경 신고를 하는 조건에서 매매가 가능하다. 72호는 서기 563년 제작된 높이 17.7㎝의 삼국시대 불상이며, 73호는 11~12세기에 제작된 높이 18㎝의 고려시대 불감(불상을 모셔 두는 방이나 집의 모형)이다.
간송미술관은 2020년 케이옥션을 통해 ‘금동여래입상’ ‘금동보살입상’ 등 두 점의 보물을 내놓은 바 있다. 시작가 15억원씩이었으나 유찰됐고, 이후 국립중앙박물관이 약 30억원에 두 불상을 사들였다. 당시 ‘간송이 소장한 국보 불상 두 점도 경매에 출품될 가능성이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민병찬 국립중앙박물관장은 “유물의 가치와 가격을 평가하며 이번에도 매입할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고미술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간송미술관이 잇달아 중요 문화재를 경매에 내놓는 것은 사립 미술관·박물관의 만성적인 재정난 때문이다. 간송미술문화재단은 14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문화예술계의 활동이 전반적으로 위축되면서 운영 부담도 더욱 가중됐다”며 “구조조정을 마무리하기 위한 것”이라고 국보 불상의 매각 이유를 밝혔다.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지난해 본지 인터뷰에서 “모기업 없이 운영하다 보니 지출과 수입의 만성적 불균형이 있어 구조조정이 필요했다”며 서화·도자기·전적류 쪽에 역량이 집중된 상황에서 연구 성과나 수량이 적은 불교미술 쪽을 매각한 것”이라고 말했다. 간송미술관은 1930~40년대 우리 문화유산 수집과 보존에 나섰던 간송 전형필(1906~1962)이 세운 한국 최초의 사립미술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