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초유의 국보(國寶) 경매가 27일 오후 서울 강남구 신사동 케이옥션에서 열린다. 간송미술관이 소장한 삼국시대의 ‘계미명(癸未銘) 금동 삼존불 입상’과 고려 시대의 ‘금동 삼존불감’으로, 옛 국보 번호는 각각 72·73호다. 시작가는 32억~45억원(72호), 28억~40억원(73호)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2020년 간송의 두 보물이 경매에 나왔을 때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당시엔 국립중앙박물관이 일찌감치 구입 의사를 밝혔고, 유찰 뒤 30억 원 정도에 두 보물을 매입했다. 그러나 이번엔 경매를 하루 앞둔 26일까지도 박물관은 의사 표시를 하지 않고 있다. 만약 유찰되더라도 한 해 유물 구입 예산이 39억7000만원인 중앙박물관 입장에서 쉽게 사들일 수 없을 것이란 관측이다. 박물관 후원회와 조계종 측도 별다른 움직임이 없다.
이런 상황에서 경매를 이틀 앞둔 지난 25일 대구간송미술관이 기공식을 가졌다. 최근 몇 년 동안 간송 측이 추진했던 대표적 사업으로, 내년 7월 연면적 7980㎡ 규모로 준공 예정이다. 겉보기엔 ‘새 미술관 등에 필요한 자금 때문에 소장품을 파는 것’처럼 비치지만, 대구간송미술관 건립 사업비 400억원은 국비와 시비로 책정돼 있다. 서울 간송의 신축 수장고 건립 사업비 64억원도 국비·시비로 이뤄졌다.
간송 측은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운영 부담이 더욱 가중됐다’고 밝혔지만, ‘은둔의 미술관’이란 별명까지 지닌 간송은 원래 상시 개방 체제가 아니었기 때문에 설득력이 떨어진다. 두 국보는 전인건 관장 개인 소장이며, 국보와 보물 등 국가지정문화재는 상속세가 발생하지 않는다. 팔았을 경우 내야 할 세금은 총액의 2~4% 정도에 해당하는 기타소득세인데, 40억원에 판다면 약 8000만~1억6000만원이 된다.
결국 국보를 팔아야 할 정도로 거액의 자금이 필요한 이유가 잘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고미술계 인사 A씨는 “또다시 국가가 나서서 소장자 개인의 수익을 보장해줘야 하느냐는 의문을 지닌 사람이 적지 않다”고 했다. 일각에선 ‘간송이 국보를 담보로 케이옥션에서 대출을 받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오지만 케이옥션 측은 “확인해줄 수 없다”고 했다.
경매 참여 의사는 오히려 예상치 못한 곳에서 나왔다. 가상화폐 투자자들의 온라인 커뮤니티인 ‘국보 DAO(탈중앙화 자율 조직)’가 결성돼 지난 23일부터 모금에 나선 것이다. 참여자들로부터 클레이튼(KLAY) 코인을 받아 목표 금액 100억원을 모은 뒤 경매에 응찰하겠다는 계획으로, 해당 국보의 NFT(대체불가토큰)를 제작해 참여자에게 코인을 낸 만큼 주겠다는 것이다. 이 경우 NFT는 국보의 지분을 나타내는 일종의 증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26일 저녁까지도 모금액은 16억원 정도여서 실제 응찰 여부는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