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앙부일구(仰釜日晷)’ 또는 ‘앙부일영(仰釜日影)’이라 불리는 문화재가 있다. 솥(부·釜)이 위를 바라보는(앙·仰) 듯한 모습을 한 해의 그림자, 즉 해시계란 뜻이다. 조선 시대의 과학기술과 천문 사상이 담긴 이 해시계는 1434년(세종 16년) 왕명에 따라 장영실·이천·이순지 등이 처음 만들었다. 종묘 앞과 서울 종로 혜정교에 1대씩 설치했고 조선 말기까지 궁궐과 관공서에 널리 보급됐다.

성신여대 박물관이 소장한‘앙부일구’. /문화재청

세쌍둥이처럼 서로 닮은 앙부일구 세 점이 동시에 국가지정문화재 보물이 됐다. 문화재청은 22일 국립고궁박물관과 국립경주박물관, 성신여대 박물관이 각각 소장한 앙부일구 세 점을 보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고궁박물관 앙부일구는 미국으로 건너갔다가 2020년 돌아온 환수 문화재다. 이로써 보물 지정 앙부일구는 국립고궁박물관의 또 다른 앙부일구와 국립중앙박물관의 휴대용 앙부일구를 포함해 모두 다섯 점이 됐다.

조선 초기에 제작된 앙부일구는 남아있는 것이 없고, 이번에 지정된 3점은 1713년(숙종 39년) 이후 만들어진 것으로 보인다. 모두 재질은 황동이며 지름 24㎝, 무게 4.5㎏ 정도다. 겉면에 ‘북극고 37도 39분 15초’란 글씨가 새겨졌고 안쪽엔 북극으로 향한 그림자 침인 영침(影針)이 달렸다. 15분 간격 시각선과 계절을 알려주는 절기선 13개가 있다. 오목한 몸체를 다리 네 개가 받치고 있는데, 다리마다 여의주를 몰고 하늘로 올라가는 용과 구름을 새겼다.

세종대왕기념사업회가 소유한 ‘자치통감 권266~270′과 1609년(광해군 1년) 제작된 높이 3.4m의 대형 불상인 ‘경주 분황사 금동약사여래입상’도 함께 보물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