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오 전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

문재인 정부 초기인 2018년,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기관인 대한민국역사박물관의 관장이 특정 친여(親與) 매체의 영상을 박물관이 구입하도록 지시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홍승기 인하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한 뒤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측이 의논할 것이 있다고 해 찾아갔더니, 책임자가 새 관장이 몽구미디어 영상 전편(全篇)을 구입하라고 명해서 머리가 아프다고 호소했다’고 썼다. 당시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장은 주진오 상명대 교수였다.

1인 미디어인 ‘미디어 몽구’는 미국 쇠고기 반대 촛불집회, 노무현 전 대통령 추도식,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촉구 촛불시위, 성주 사드 배치 반대 시위 등을 촬영해 올린 친여 성향 매체다. 전 뉴스타파 기자인 운영자 김정환씨는 ‘김어준의 파파이스’ ‘김미화의 여러분’ 등 방송에 고정 출연했었다. 현재 ‘미디어 몽구’ 홈페이지에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선거 전 마지막 연설을 촬영한 영상이 올라 있다.

2022년 3월 22일 현재 '미디어 몽구' 홈페이지 메인화면.

홍 교수에 따르면 당시 박물관 측 인사는 ‘대한민국역사박물관 소장품으로 적절해 보이지도 않고 예산상 부담도 크다’고 호소했다. 홍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적폐 수사 기준을 다음 정부에 적용한다면 해당 동영상 구매 사실은 바로 영장 기재 범죄사실이 되겠다 싶었다’며 ‘구매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을 기록으로 남기고, 만일 구매한다면 전편이 아닌 일부를 다른 영상물과 함께 구입하라고 조언했다’고 페이스북에 썼다.

이에 대해 대한민국역사박물관 관계자 A씨는 22일 “2018년 상반기에 주진오 관장이 ‘미디어 몽구’에 대해 ‘현대사 현장을 촬영한 자료로 박물관이 소장할 만한 가치가 있다’며 구입을 지시한 사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주 관장이 보수 성향 매체의 영상 구입을 지시한 적은 한 번도 없었고, 반대로 민족문제연구소의 ‘백년전쟁’ 같은 영상물을 구입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던 적이 있다는 얘기는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당시 박물관 직원들은 주 전 관장의 ‘특정 영상 구입’ 지시에 대해 반대했다. 박물관 규정상 유물 구입은 경매 또는 공고를 통한 공개 구입밖에 할 수 없어 제작자나 소장자로부터 직접 구매할 방법이 없고, ‘미디어 몽구’는 초상권과 배경음악 등 저작권 문제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A씨는 “홍승기 교수 등 전문가 자문을 거쳐 관장과 싸운 끝에 결국 ‘미디어 몽구’ 영상의 구입을 하지 않았다”고 했다.

사실 관계를 물어보기 위해 주진오 전 관장에게 전화를 했으나 받지 않았다. 상명대 교수를 지낸 주진오 전 관장은 좌편향 역사 교과서라는 비판을 받은 천재교육 교과서의 필자였으며, 민족문제연구소가 제작한 동영상 ‘백년전쟁’에 출연해 이승만 전 대통령을 비판했다.

남로당이 4·3무장반란을 일으키면서 배포한‘반미구국 투쟁에 호응 궐기하자’는 호소문. 2018년 대한민국역사박물관 3층 특별전 전시장에 들어서면 눈에 띄는 위치에 크게 걸려 있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대한민국역사박물관장을 지내면서 2018년 남로당 유격대의 궐기 호소문을 크게 걸어놓은 4·3 특별전 등으로 물의를 빚었다. 그는 과거 교과서에서 ‘1948년 대한민국은 유엔으로부터 (한반도 전체가 아닌) 38선 이남의 유일한 합법 정부라고 인정 받았다’고 썼다가 2018년 2월 국회에서 그 생각이 잘못된 것이었음을 시인하기도 했다. 지난 2월 출범한 이재명 선대위 ‘역사와미래위원회’에는 고문으로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