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무형문화재 소목장 보유자 박명배씨가 먹감나무로 만든 반닫이 옆에 서 있다. 그 왼쪽에 보이는 것은 책장(물푸레나무), 맨 왼쪽은 삼층 책장(느티나무)이다. /김연정 객원기자

“현대 주거 공간이라고 해서 우리 전통 가구와 안 어울리는 건 아닙니다. 좌식(坐式)과 입식(立式) 문화가 공존하는 공간이 아닌가요?”

국가무형문화재(옛 번호 55호) 소목장(小木匠) 보유자인 박명배(72)씨가 만드는 전통 가구는 아파트나 오피스텔에서도 별 위화감이 없다. 산뜻하면서도 단아한 격조, 자연의 나뭇결을 살려낸 무늬가 오히려 첨단 디자인 같다는 느낌마저 준다.

그는 4년 만에 전시회를 열고 있다. 오는 12일까지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제2전시실에서 진행 중인 ‘공간: 박명배 전통목가구전’이다. 그가 만든 책장, 반닫이, 머릿장, 탁자, 문갑, 차탁, 테이블 등 40종 70여 점과 제자들의 작품 60여 점을 선보인다.

‘소목장’이란 집 짓는 장인인 대목장과 달리 가구 같은 세간을 만드는 장인을 말한다. 충남 홍성 출신으로 18세 때 최회권 서라벌예대(현 중앙대) 공예과 교수 문하에서 전통 가구 만드는 일에 입문한 박씨는 2010년 인간문화재가 됐다. 목공이 ‘어른들의 취미’로 각광을 받으면서 그가 서울 강남구 한국문화의집에서 맡은 공예 강좌에는 교수·의사·공무원을 포함한 수강생이 몰렸다.

‘소목장은 나무가 다 자랄 때까지 여러 계절을 기다린다’는 말이 있다. 용 무늬를 품었다는 300~400년 된 느티나무의 경우 원목 상태로 2년, 실외에서 3년, 다시 실내에서 2년을 말린다. 그러곤 마치 목공 박물관 같은 용인 공방의 수백 가지 대패 중 나무에 맞는 것을 골라 써서 나무가 지닌 원래의 그림을 살려낸다는 것이다. 나무를 어떤 방향으로 켜느냐에 따라 아주 다른 무늬가 나오는데, 본연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고 순응하면서 자연의 결을 살려내는 감각이 필요하다고 했다.

나무마다 다 특유의 성질이 있다. “느티나무는 강도(强度)가 상당한데 무늬와 색상이 아름다워 가구의 표면에 적합합니다. 참죽나무는 붉으면서도 결이 곧아 탁자 기둥에 잘 쓰고요. 습도 조절 능력을 갖춘 오동나무는 내부재로 이용하죠.” 그가 나무 속에서 꺼낸 무늬들은 구름과 강물, 물결과 파도, 바람에 일렁이는 숲, 날개를 펼쳐 솟는 봉황으로 되살아난다. 그의 작품 속에서 전통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