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고미술의 보고(寶庫)로 알려진 간송미술관이 7년 만에 서울 성북구 성북동 보화각(寶華閣)에서 특별전을 연다. 16일부터 6월 5일까지 열리는 ‘보화수보(寶華修補)-간송의 보물 다시 만나다’전(展)이다.
간송미술관은 매년 봄과 가을 두 차례 특별전으로만 일반 관객과 만나 ‘은둔의 미술관’이라 불렸다. 2015년부터는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와 협력전시를 하느라 보화각 전시가 중단됐고, 이어 코로나19와 수장고 신축 공사로 인해 계속 휴관 상태였다.
보화각 1층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간송이 소장한 1만6000여 점의 유물 중 최근 2년 동안 문화재청의 ‘문화재 다량소장처 보존관리 지원 사업’을 통해 보존 처리된 작품 8건 32점을 선보인다. 세종대왕의 스승이었던 여말선초 문인 권우의 문집 ‘매헌선생문집’ 초간본, 안견의 ‘추림촌거’, 5만원권 뒷면 그림의 원형인 신사임당의 ‘포도’ 등 명화 30점이 수록된 ‘해동명화집’ 등이 대표적인 출품작이다.
조선 중기 화원 화가인 한시각의 ‘포화대상’, 김홍도의 ‘낭원투도’, 장승업의 ‘송하녹선’ 등 지정문화재에 버금가는 명품들도 복원된 모습으로 관람객을 맞는다.
복원 과정에서 흥미로운 일화도 많았는데, 지금까지 28점이 수록된 것으로 알려졌던 ‘해동명화집’은 데칼코마니 기법처럼 벌레가 똑같이 먹은 그림 2점이 더 확인돼 수록 그림이 30점으로 늘어났다. 심사정의 ‘삼일포’는 벌레가 동그랗게 먹은 모양이 마치 풍경 위로 눈이 내리는 것처럼 인식됐기 때문에, 고민 끝에 이 흔적이 일부 남는 선에서 보존이 마무리됐다.
이번 전시는 장기간 전시 중단, 보물과 국보 경매 출품 파문, 훈민정음 NFT(대체불가토큰) 발행, 대구 간송미술관 착공, 성북동 수장고 완공 등 최근 간송미술관의 다사다난했던 여정을 딛고 새로운 발걸음을 딛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기도 하다. 간송 전형필의 손자인 전인건 간송미술관장은 “경매에 출품했던 국보 ‘금동삼존불감’은 구매자로부터 지분 51%를 기증 받아 현재 수장고에 있으며, 우리가 전시 운영하는 데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전 관장은 “어지럽고 어려운 일들이 많이 있었는데 심려를 끼쳐 드려 죄송하며 이제 소통에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문화재 전시와 보존, 연구와 교육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계속 살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두번 다시 소장품을 경매에 내놓는 일은 없을 것”이라며 “중장기 계획으로 상설전시관을 만들어 서울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꼭 들러야 할 명소로 만들 계획”이라고 했다.
간송미술관 ‘보화수보’전은 무료 전시로, 홈페이지(www.kansong.org)를 통해 예약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