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의 집에서 환수 문화재인 '보록'(어보를 보관하는 상자) 언론 공개회가 진행되고 있다. /연합뉴스

왕과 왕비의 의례용 도장인 어보(御寶)를 보관하던 상자인 보록[寶록(彔아래皿)] 한 점이 해외를 떠돌다 고국으로 돌아왔다.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은 지난 12일 영국의 한 법인으로부터 보록을 매입해 국내로 들여왔다고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밝히고 해당 유물을 공개했다.

이 보록은 가로·세로 각각 23㎝, 높이 27.5㎝의 상자며, 목재에 가죽과 명주 등을 써서 만들었다. 상단 손잡이는 거북이 모양이다. 어보는 내함인 보통(寶筒)과 외함인 보록에 담겨 보관됐다. 어보 전문가인 서준 문화재 전문위원은 “정확한 제작 시기와 보록의 주인은 알 수 없지만, 뒷면 경첩의 아래쪽이 길고 안쪽에 무늬 없는 명주를 사용한 점 등으로 볼 때 19세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조선 왕실의 어보를 보관하는 상자 '보록'. 영국에서 환수됐다. /연합뉴스

재단 측은 지난해 12월 영국의 개인이 소장했던 이 보록이 거래된다는 정보를 입수해 환수 작업에 나섰고, 영국에서 고미술을 거래하던 법인이 경매에서 낙찰을 받아 판매 협상 중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재단은 “꼭 한국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소장자를 설득한 끝에 환수할 수 있었다”고 했다.

이 보록은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관리할 예정이며 다음달 중 특별전 ‘나라 밖 문화재의 여정’을 통해 일반에 공개된다. 고궁박물관은 보록과 인록(왕세자·왕세자빈·왕세손 등의 도장을 담은 상자) 312건을 소장하고 있다. 모두 임진왜란 이후인 17세기부터 300여 년에 걸쳐 제작된 것이다.

이번 환수는 게임 업체인 라이엇게임즈가 후원했다. 라이엇게임즈는 2012년 문화재청과 협약을 맺은 뒤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 등 모두 6건의 문화재의 환수에 도움을 줬다.